-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6년 10월 23일 아사카 자위대 기지에서 사열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일본의 육군자위대를 총괄하는 통합사령부 '육상총대'가 출범했다. 1954년 육상자위대 조직 이후 64년 만에 처음으로 총사령부 조직이 들어서는 셈이다.
사령부를 설치한 항공·해상자위대와 달리, 육상자위대는 그동안 총사령부 없이 일본 국토를 동부, 중부, 서부, 북부, 동북부 다섯 부분으로 나눠 지역별로 '방면대'라는 조직을 두고 관할해왔다. 각 부대 간 조정 문제가 일어나면 방위상을 보좌하는 '통합막료장'이 지휘를 담당하곤 했다. 과거 포악했던 제국주의를 반성하는 차원에서 군부에 영향력을 집중시키지 않으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 집권 후 우파 내각이 들어선 이후부터 육상총대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아베 정권은 2013년 '중기방위력 정비계획'에 육상총대 추진을 포함시켰다.
일본 교도통신과 NHK 등은 27일 방위성의 육상총대 발족 소식을 알렸다. 국군의 육군본부와 비슷한 조직으로 사령관은 고바야시 시바루 육장(국군의 중장급)이다. 도쿄 네리마구 소재의 아사가스미 기지에 180명 규모로 신설된다.
야마자키 고지 육상자위대 막료장은 지난 22일 육상총대 발족과 관련 "즉시 기동할 수 있는 육상 방위력을 뼈대로 하는 체제로 정비한다"고 밝혔다. 또 "일원적 운영이 가능해져 전국에 일어나는 사태에 유연하고 신속한 방위 태세를 구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자위대 측은 육상총대 발족 이유로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해양진출을 목표로 군대의 근대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고 한다.
전후(戰後)까지만 해도 육상자위대 총사령부 설치에 대해 민심은 완강했다. 그러나 1995년 고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후 자위대가 인명구출에 나서는 모습에 일본 국민들의 시선도 부드러워졌다. 또한 센카쿠 열도를 놓고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일 때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겪은 뒤로는 군사력 강화에 대한 필요성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 방위대 졸업식에서 "자기 스스로 자기를 지킬 기개가 없는 나라는 아무도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며 "종래의 연장선상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필요한 방위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앞으로도 조직과 부대를 신설해 군사력을 증강하겠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실제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을 준수하되, 자위대 존재만이라도 명기하는 방향으로 개헌을 추진 중이다.
같은 날 일본의 해병대로 알려진 '수륙기동단'도 2개 연대, 2100명 규모로 신설됐다. 수륙기동단은 보트와 수륙양용차 등을 갖춘 도서방위 전문 부대다. 중국과 영토 분쟁 대상인 '센카구 열도' 인근의 유사 시에 대비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일각에서는 전력을 강화해 '전쟁국가'로 거듭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위성은 2021년까지 수륙기동단을 3개 연대, 3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새 요격미사일 체계 '육상형 이지스' (이지스 어쇼어ㆍAegis Ashore)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야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지속적인 일본 방어를 위해 탄도미사일 방어능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지스 어쇼어 도입 노력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스 어쇼어는 이지스함에 있는 요격미사일과 고성능 레이더를 탑재, 2023년까지 상시적 요격태세를 갖추는 게 목표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