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인가, '고도의 정략가'인가? 황운하 치안감은 누구? : 월간조선

경찰대 총동문회장을 지낸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치안감·경찰대 1기)이 최근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 건으로 자유한국당과 날선 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황운하 청장이 어떤 인물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운하 울산청장은 대전 동산중과 서대전고(1981년 졸업)를 졸업하고 경찰대(1기) 법학과를 졸업한 준재로 알려져 있다. 학창 시절, 황 청장의 별명은 ‘천재’로 불렸다고 한다. 경찰 안팎에서 경찰대 1기의 황 청장에게 거는 기대감은 매우 높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경찰 내에서도 핵심 분야인 강력사건 수사 분야에 주로 몸담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 내 강성으로도 유명하다. 경찰 수사권 독립, 검찰과의 대립 등으로 경찰 수뇌부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 그의 '돌출행동'은 매번 화제를 낳았다.

첫 대립은 2001년에 일어났다. 경찰대 총동문회장이었던 황운하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과장은 2001년 4월 19일 대우차 노조에 대한 경찰의 과잉진압과 관련, 정치권에서 이무영 경찰청장의 경질론이 대두되자 이무영 청장의 경질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성명 발표를 주도한 적이 있다.

2001년 이무영 경찰청장 비호 성명 주도

경찰대 총동문회는 ‘대우자동차 사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라는 성명서에서 “경찰의 과도한 물리력 행사에 대해 국민의 질타와 염려를 겸허히 수용, 반성하겠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사회전반의 ‘경찰 흔들기’는 일선 근무자들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켜 국가와 국민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총동문회는 또 “이번 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뒤 “모든 경찰관은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국민의 권익과 인권보호를 위해 경찰개혁을 끊임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 과장도 “경찰이 정치권과 노동계에 너무 휘둘리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있어 성명을 내게 됐다”며 “경찰청장 경질문제에 대해 언급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우회적인 표현이나마 반대입장을 나타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성명 발표에는 황 과장의 경찰대 한 기수 후배인 길병송 경정(당시 경찰청장 비서실장·경찰대 2기)의 역할도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황운하 과장과 길 경정에 대해 서면 경고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었다.

'청장 홍위병'의 친위 쿠데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같은 해 4월 24일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은 “지난 4월19일 경찰대 졸업생인 현직 경찰간부들이 `경찰 흔들기 중단하라'는 식으로 이 청장을 옹호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청장 홍위병'의 친위쿠데타가 아닌가”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같은 당 민봉기 의원도 "대우차 사태와 관련한 대통령의 유감표명 후 지난 17일 청장의 경질설이 돌자 동문회 기수별 대표들이 19일 `경질반대' 성명서를 발표했으며 길 경정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청장은 이같은 집단행동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민 의원은 이어 "경찰 수뇌부가 집단행동을 주도했던 경찰대 총동문회장인 황운하 경정과 길 경정에 대해 서면경고로 그친 이유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경찰 수사권 독립' 논문 발표하기도

이듬해인 2002년엔 ‘수사권 독립’ 논문을 발표해 미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황운하 형사과장은 그해 1월 7일 고려대 정책대학원 공안행정학과에 제출한 <경찰.검찰의 관계 정립에 대한 역사적 비교분석-미 군정기 전후의 한국과 일본>이란 석사논문에서 “현재 검찰은 검사 1300여명과 수사보조인력 4500여명으로 경찰 수사인력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으로 변했다”며 “검찰의 권력집중을 견제하기 위해 검경간 권력분산의 논의를 본격화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예를 들며 “경찰의 지방분권화가 이뤄지면서 일본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 경찰의 경우 해방 후 인적 청산이 안됐고, 중앙집권적 체제 강화의 일환으로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게 돼 결과적으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요지의 입장을 피력했다.

황 과장은 “국내에서 지방자치제가 본격 시행된 뒤 자치경찰에 대한 논의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경찰조직의 지방분권이 이뤄진다면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포함한 검.경 관계의 재정립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2003년 경찰 수뇌부 겨냥해 "역사 앞에 죄인 되지 말라"

2003년 1월 8일 황운하 과장은 ‘경찰 수뇌부는 역사 앞에 죄인이 되지 말라’는 제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검찰 등의 반발을 우려해 (수뇌부가) 미리 위축된 자세로 임하는 것은 패배주의”라고 지적했다.

황 과장은 “지금처럼 주변 여건이 유리한 상황은 다시 오기 어렵다”며 “일부 경미한 범죄에 한해 독자적 수사권을 추진하려는 수뇌부의 움직임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스스로 박차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직의 자존이 걸린 일을 (수뇌부) 혼자 거국적 안목에서 보는 것인 양 행동하는 것은 자기기만”이라며 “이는 권력자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으려는 데 불과하며 자신의 영달을 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사이트에 개인 의견을 올린 것을 징계하기는 어렵다”며 “단지 간부로서 글의 표현이나 문제 제기 방식이 성숙하지 못해 게재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과장은 파문이 확산되자 “동문회 사이트라는 폐쇄 공간에서 개인의견을 말한 것뿐”이라며 “언론이나 외부에 공개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황운하, 윤락가 업주 조사 둘러싸고 검찰과 충돌

같은 해 4월 경찰과 검찰은 충돌했는데, 그 중심에도 황운하 과장이 있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4월 23일 “윤락가 업주들을 상대로 형사사건을 해결해 주겠다며 돈을 받아 챙긴 박모씨(49·안마시술소 운영)와 이모씨(54·무직)가 현직 검사 등 법조인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갖고 이들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렸으나 검찰이 수차례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8월 윤락행위 등 방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오모씨로부터 사건 해결비 명목으로 2500만원을 받아 이 중 1300만원을 가로채는 등 2000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세 차례에 걸쳐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박씨에 대해 지난달 18일 긴급체포 및 구속영장 신청 의견을 냈으나 검찰은 “범행과 관련돼 받은 돈을 일부 반환하거나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사용했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대질신문 등 보강 수사를 하라고 했다. 경찰은 16일 박씨에 대해 2차로 구속 의견을 냈으나 “받은 돈 중 2500만원을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했고 500만원을 받은 것만으로 구속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기각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사람이 황운하 과장이었다. 황 과장은 당시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수사를 하겠다는데 계좌추적을 못하게 한 거죠. 사건을 축소하겠다는 거 아닙니까”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하지만 검찰은 계좌 압수수색 영장 기각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직위해제

두 달 후 황운하 과장은 직위해제를 당했다. 6월 19일 최기문 경찰청장은 경찰관이 낀 인질강도 사건과 관련,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남형수 서울 강남경찰서장과 ‘보안누설’의 책임을 물어 강남경찰서로 자리를 옮긴 황운하 형사과장과 형사계장 등 4명을 직위해제한 것이다.

한 경찰서에서 경찰서장과 함께 과장, 계장, 반장을 동시에 경질한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가 수사 중인 사건이 끝나기도 전에 수사 주체들을 모두 바꾸는 것 또한 '예상 밖'이란 평가를 받았다.

경찰청 이명규 인사과장은 이처럼 전격적인 조치를 취하게 된 배경에 대해 "‘강력범죄소탕 100일 계획’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찰 안팎에선 강남경찰서 형사과장과 형사계장의 경질은 보안이 요구되는 수사 중인 사건을 일선 직원이 특정 언론사에 발설, 보도됨으로써 물의를 빚었다는 ‘괘씸죄’가 적용됐다는 설이 나돌았다.

황운하씨의 경우 경찰 수사권 독립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어온 것도 직위해제의 한 요인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직위 해제됐던 황운하 경정은 그해 7월 소청심사위원회에 직위해제 무효를 주장하는 소청(訴請)을 제기해 복귀하기도 했다.

2005년 들어 본격적인 검경 수사권 조정 주장

2005년 들어 황운하씨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본격적으로 주장하고 나섰다. 경찰 측 수사권조정팀장을 맡아 공청회에 나서고, 언론 인터뷰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경찰 간부로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2005년 10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경찰대 폐지 주장을 반대하고, 검찰 조직을 비판하기도 했다. 인터뷰의 일부다.

<(경찰대) 폐지를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곳은 검찰이다. 검찰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주 비열한 것이고 불순한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문제는 검찰이 관여할 바가 아니고 내부의 인력충원 방식의 문제다. 검찰의 의도는 뻔하다. 경찰대를 골치 아프고 귀찮은 존재로 본다. 경찰이 수사권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는 것이 경찰대 때문이라고 인식한다… 지난해 수사권 문제로 검찰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보니 검찰도 깜짝 놀라더라. 외국 입법례에 대한 논리와 자료 면에서 경찰이 검찰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도 ‘우리가 그동안 안이했다’는 평가를 했다고 들었다. 이전에는 경찰에서 무슨 소리를 해도 ‘니들이 모르고 하는 소리인데 공부 좀 해라’ 하고 검찰이 깔아뭉갰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법원장의 검찰 비판에 동조, 이를 옹호하는 주장도

2006년 9월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일선 법원에 "영장 발부에 신중하라", "검찰 수사기록을 던져 버려라", "과거 법원은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등의 발언을 하고, 고양지원 정진경 부장판사가 "장기적으로 검찰이 수사권을 경찰에 넘겨주고 기소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자 황운하 대전서부경찰청장이 이를 옹호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황씨는 9월 23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 ‘검찰의 불법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사법제도 개혁을 수사구조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고 검찰은 기소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력기관이 된 검찰이 기득권과 관련해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판단할 때는 언제나 역공을 가해 왔다는 정 부장판사의 지적이 보다 구체적인 사실로 확인된다면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검찰을 비난했다. 이 일로 황운하 대전 서부경찰서장은 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으로 전보조치됐다.

황 서장은 서부경찰서장직에서 이임하는 자리에서 "수사 일선에서 오랫동안 검찰을 봐 왔지만 대한민국 검찰이야 말로 국가 발전의 최대의 걸림돌이며 가장 강력한 인권침해 집단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왔다"며 또 다시 검찰을 비판했다.

이택순 경찰청장과 충돌... 징계위 회부

2007년 들어서도 황운하 총경의 거침없는 행보는 이어졌다. 폭행을 당한 아들을 위해 보복폭행을 가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과 관련해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를 주장, 경찰청의 감찰을 받은 것이다.

그해 7월 3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황 총경은 “지난 5월 제가 이 청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 등과 관련해 지난 27일 경찰청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감찰조사는 본래 징계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징계 받을 만한 잘못을 하지 않았다”며 “(경찰청장이) 기분 나쁘다고 해서 징계할 순 없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황 총경은 자신의 경찰청장 사퇴 요구는 정당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경찰은 그를 징계위에 회부했다. 징계위 회부 사실이 알려지자 일선 경찰 조직의 동요가 일었다. 황씨의 소신을 지지하는 경찰 내 여론이 비등해진 것이다. 결국 8월 29일 황 총경에겐 ‘감봉 3개월’의 다소 가벼운 조치가 내려졌다. 경찰이 비난 여론을 의식 경징계로 마무리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강신명 경찰청장 공개 비판

2016년 자신의 경찰대 한 기수 후배인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을 공개비판한 적도 있다. 6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한 종합일간지에 실린 현장 경찰관 100명의 강 청장 평가 기사를 인용했다. 황 경무관(당시 경찰대 교수부장)은 현장 경찰이 강 청장을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는 무색무취'로 평가한 대목에 "그가 경찰대학 출신 첫 경찰 수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평가는 훨씬 더 냉혹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경무관은 "경찰대 출신 경찰총수가 나오면 이전과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하던 전·현직 경찰과 시민에게 적지 않은 실망과 좌절을 안겨줬다"며 "조사 결과에서도 그가 잘한 것은 '임기 완료'뿐이었고 잘못한 것은 경찰대 출신으로는 가장 치명적이랄 수 있는 '지나친 정권 눈치'였다"고 쓴소리를 이어갔다.

'돈키호테'인가 '고도의 정략가'인가

경찰 내에서도 그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경찰 출신 인사 A씨(경찰 간부후보생 31기)는 "황 치안감에 대한 후배들의 평은 나쁘지 않다. '할 말을 하는 선배'라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A씨는 "다만 경찰이 상명하복 조직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선배들은 그(황운하)를 고깝게 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색깔이 강하고 때론 너무 튀어 '돈키호테'로 불리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나 "황 치안감이 막무가내로 덤비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고도의 계산을 하는 정략가 스타일"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