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구치소 첫날 일정은? : 월간조선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23일 자정을 갓 넘은 시각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남성 미결수(未決囚)가 입는 황토색 수의를 입었고 왼쪽 가슴엔 수인번호 '716'이 달려있다. '머그샷(수용 기록용 사진)'을 찍고 독거실에서 첫날 밤을 보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 했다고 한다.

24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그가 수감된 독거실 면적은 13.07㎡(3.96평)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있는 서울구치소 독거실(3.05평)보다 조금 넓다. 이 전 대통령 독거실은 구치소 맨 위층이 12층에 있다. 전담 교도관 3명이 그곳을 돌아가면서 지키고 있다. 수용자가 많지 않아 12층 전체가 비워져 있고 운동 시설도 이 층에 있어 이 전 대통령이 다른 수용자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평 독방 생활, "뭘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각오로 있다"

이 전 대통령의 구치소에서 첫 식사는 빵과 잼, 두유, 양배추 샐러드였다. 식사 후 식판과 식기를 세면대에서 직접 닦았다. 이후 구치소장과 면담을 하고 신입 재소자 교육을 받았다.

오후에 강훈·피영현 변호사를 만났다. 강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이 피곤해 보였고 평소보다 말수가 적었다"고 했다. 강 변호사가 "식사를 잘하셨느냐"는 묻자 이 전 대통령은 "국가에서 주는 것은 먹고 추가로 뭘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런 각오로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향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등에 대해 90분간 논의 했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이후 구치소 일정을 따라 오후 5시에 저녁 식사를 하고 오후 9시 잠자리에 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독거실과 동부구치소 일과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와 장녀 주연씨가 구치소를 찾았지만 영치금만 넣고 접견은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구치소 측이 이 전 대통령이 다른 수용자들과 접견실에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접견 시간 변경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은 22일 밤 자택에서 영장 발부 소식을 듣고 "이런 세상이 올 줄 몰랐다"고 했다고 한다. 그는 울고있는 시형씨를 끌어안고 "왜 이렇게 약한가. 강해야 한다"고 했고, 김윤옥 여사에게는 "아이들 잘 돌봐달라"고 했다고 한다.

변호인 "이미 조사한 부분에 대해 또 물으면 진술 거부하겠다"

수감 첫 날인 23일 이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주부터는 추가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 14일 이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자리에서는 주로 뇌물 수수 혐의, 자동차 부품 회사 다스를 통한 비자금 횡령 부분을 다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과 군(軍) 사이버사가 정치 댓글을 달았다는 혐의, 다스 협력사·계열사에서 조성한 80억원대 비자금 의혹 등의 혐의들도 받고 있다. 검찰은 재판에 들어가기 전 이런 부분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경호·보안 문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검사들이 구치소를 방문하는 '출장 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다섯 차례 출장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은 "검찰이 새로운 혐의에 대해 조사하면 진술하겠지만 뇌물 수수 등 이미 조사한 부분에 대해 또 물으면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앞선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 입장 변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통령도 변호인의 입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이미 조사한 부분도 추가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조사 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변호인들은 법원 재판에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부 변호인은 "재판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처럼 주 4회 재판을 강행하면 재판을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2회 재판까지는 괜찮지만 주 4회 재판은 무리라는 것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을 놓고도 갈등이 일 것으로 보인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