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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강 관세 명단에서 한국이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미국이 한국·호주·멕시코·브라질·캐나다·아르헨티나 6개국과 유럽연합(EU)에 대해 관세 부과를 잠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당초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대상국을 선정해 철강 관세 25%를 부여하려 했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연계해 우리나라는 4월 말까지 관세 해당국 명단에서 잠정유예 조치를 받았다. 철강업계는 이번 결과로 한숨은 잠시 돌렸으나 영구면제가 아니기에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사실 이전부터 미국은 '불리한 가용정보(AFA)' '특별시장상황(PMS)' 등 각종 명목으로 한국산 철강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잠시 피한 25% 관세는 이미 부과된 수십 퍼센트의 관세에 더해지는 것일 뿐이다.
철강업계는 일단 특정 제품을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품목 예외' 신청을 서두르는 등 자구책을 마련 중이다. 품목 예외는 미국 상무부가 심사를 끝내기까지 최장 90일이 소요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부의 한미 FTA 협상 결과만 기다릴 순 없기 때문에 신속 대응하려는 태세다.
한편 미국의 철강 관세를 당장은 피했지만 이후 한미 FTA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로선 미국이 철강 관세 면제를 조건으로 각국 무역 협상에서 통상 압박을 강화할 모양새다. 미국은 4월 말까지 EU·6개국과 관세 면제 협상을 지속한다.
실제 미국은 EU와의 협상에서 관세 면제 대가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철강·알루미늄 대미 수출, 2017년도 수준으로 억제' '중국의 무역 왜곡 정책 적극 거론할 것'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철강 포럼에서 더 적극적이고 미국에 더 협조적일 것' 등 총 5가지 조건을 요구했다고 한다. 캐나다와 멕시코의 경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 공정한 결과를 얻으면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캐나다와 멕시코를 언급하면서 "우리는 한미 FTA를 개정하는 절차에 있기 때문에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도 FTA 협상에서 어느 정도 양보를 해야한다는 간접적인 압박의 뜻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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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종(오른쪽 세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작년 11월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차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사진=산업부 |
그렇다면 미국은 한미 FTA에서 무엇을 원할까.
미국의 현재 최대 관심사는 자동차다. 한국 자동차는 작년 기준 전체 대미 무역흑자 178억 7000만 달러 중 72.6%인 129억 6600만 달러를 차지했다. 한국으로서는 대미 수출 주력 상품이지만 미국으로선 무역적자의 핵심이자 눈엣가시인 셈이다.
미국은 현재 안전기준 미충족 차량에 대한 2만 5000대 수입 쿼터 확대, 트럭에 대한 관세 연장, 원산지 기준 개정을 요구하는 등 수입 자동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전망이다. 미국이 한미 FTA에서 철강을 볼모로 자동차와 관련한 어떤 통상 압박과 요구를 할지 주목된다.
한편 미국은 타국과의 협상은 물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대대적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앞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USTR에 15일 내로 관세를 매길 '중국산 물품 리스트' 제출 지시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대상 품목은 의류, 신발 등 10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재무부에 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고 관리 감독할 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미국의 중국 제재는 USTR이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조를 바탕으로 조사한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결과에 의한 조치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