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동부구치소 내부. 그래픽=박길우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22일 밤늦게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 받은 지 8일 만이다. 전직 대통령 구속은 헌정(憲政) 사상 네 번째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치소에 함께 수감되는 것은 1995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23년 만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기 며칠 전부터 서울구치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돌았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경우, 두 명의 대통령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었다.
서울구치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구치소 직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전직 대통령 2명이 모두 한 구치소에 있으면 구치소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에게 '전직 대통령이 수감되면 구치소 직원들이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느냐'고 물으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최순실씨가 황제 수감 중이라는 보도와 주장이 있지 않았습니까. 당시 일했던 소장님이 장로였는데, 사실이 아닌 보도와 주장 때문에 많이 시달렸죠. 거기는 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밥을 먹는 곳입니다."
서울구치소 직원들의 바람대로(?)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정 당국 관계자는 "경호 및 경비 인력 배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두 전직 대통령을 한 구치소에 수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한 달 간격으로 구속됐던 1995년에도 노 전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전 전 대통령은 안양교도소에 분리 수감됐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와 관련해 이 전 대통령과 공범 관계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같은 사건 피의자들의 경우 말을 맞출 것을 우려해 보통 같은 구치소에 수감하지 않는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지난해 9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으로 옮겨왔다. 송파구 오금동에 있던 옛 성동구치소가 이전하며 이름을 바꿨다. 이곳에는 최순실씨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수감돼 있다. 최씨가 수감된 방은 5.15m²(1.55평), 김씨가 수감된 방은 6.5㎡(1.96평) 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구치소는 새 건물이라 재소자들 사이에선 '호텔급 구치소'로 소문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동부구치소에서 독방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이 전 대통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수감 조건과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수용할 당시 서울구치소는 일반 수용자들이 쓰는 6.28㎡(1.9평)의 독거실보다 넓고 샤워실을 갖춘 10.58㎡(3.2평)의 독거실을 새로 단장해야 했지만, 동부구치소엔 전직 대통령을 수용할 정도의 시설과 면적을 갖춘 독거실이 이미 마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