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성폭행·성추행에 언니가 사망하자 동생까지... '단역배우 사망사건'이란? : 월간조선

상습적인 성폭행·성추행을 비관한 한 단역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며칠 뒤 여동생까지 자살한 이른바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 제발 재조사를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동일한 청원이 지난 몇 달간 총 74건이나 올라와있다. 청원인들은 "여전히 가해자들과 부실 수사를 한 사람들은 잘 산다"며 "반드시 진실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탐정 손수호' 코너에서는 '단역배우 자매 자살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 사건은 2004년 보조 출연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원생 A씨와 그의 여동생 B씨가 6일 간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이날 방송에서 손수호 변호사는 "이 사건은 미투 운동의 가늠자라며 사건 재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다닐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고 행동도 모범적이었다고 한다. A씨는 여름방학을 맞아 집에서 쉬던 중 유명 가수 백댄서로 활동하던 여동생 B씨의 권유로 드라마 단역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2004년 7월 어느 날 A씨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경남 하동에서 진행된 드라마 촬영장을 찾았고, 그곳에서 단역배우들을 관리하는 반장의 보조 역할을 하는 보조 반장 이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이씨의 성추행은 한 달 뒤 성폭행으로 이어졌고, 성폭행은 9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는 게 손 변호사의 주장이다.

드라마 촬영을 위해 경남 하동으로 간 뒤 3개월간의 보조출연 활동 이후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돌연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며 "죽여야 돼"라고 소리를 지르는 등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정신병원에서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A씨가 성폭행을 당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씨는 다른 반장들에게도 범죄를 종용했고, 다른 보조반장, 캐스팅 담당자 등도 A씨를 여러 차례 강간과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이 사실을 알리려고 했으나 알리지 못했다고 한다. 가해자들의 협박 때문이었다. 가해자 이씨는 A씨에게 전화해 가족들을 죽이겠다며 고소 취하를 종용하고, 항의하는 모친을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가해자는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 역시 가해자들과 A씨를 한 자리에 앉혀 조사를 받게 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심지어 A씨는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달에 한번 꼴로 가해자들과 대질심문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2차 피해까지 당했다고도 한다. 대질조사에서 가해자들은 A씨의 말을 비웃거나 반박했고, 그 자리에서 A씨와의 성행위나 자세를 흉내내기까지 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고소한 지 1년 7개월 만에 고소를 취하했다. 그리고 2009년 8월 28일 18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서 A씨는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나를 건드렸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A씨가 사망한 지 6일 만에 동생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생은 유서에서 "언니가 보고 싶다. 언니가 보고 싶어서 먼저 간다"며 "엄마는 복수하고 와라. 엄마는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평소 지병을 앓던 아버지도 동생이 사망한 지 2달 후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어머니 홀로 가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지만 소멸시효 때문에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한 인터넷 매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은 "이미 검사 지휘를 받아서 다 마무리한 사건"이라고 답하는데 그쳤고, 가해자들 역시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문제가 없다', '다 끝난 일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가해자 대부분은 현재까지도 비슷한 업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리=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