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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여권에서는 서울시장 경선에 유력주자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는 반면, 한국당에서는 거론된 인사마다 불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홍준표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무주공산' 서울시장 후보
서울시장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인사들은 모조리 불출마 선언을 했다. 올해 초 유력하게 거론되던 홍정욱 전 의원을 시작으로 거물급 주자들의 잇따른 출마 포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도 물망에 올랐지만, 모두 불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현재 서울시장으로 거명되는 주자는 사실상 전무하다.
21일 홍문표 사무총장(공천관리위원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서울시장 후보와 관련해 언론에 언급된 적이 있는 인물을 전략 공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뚜렷하게 연상되는 인물은 없는 상태다.
부산시장 후보 선출에도 잡음
부산시장 후보 선출에는 내홍이 뒤따랐다. 서병수 현 시장과 ‘홍준표의 측근’으로 분류된 이종혁 예비후보가 경선에서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서병수 시장이 단독 후보로 확정됐다. 이를 두고 이 예비후보는 탈당을 선언하며 홍 대표를 겨냥해 “망한 새누리당 전철을 답습하는 한국당이 참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지사 후보 선정에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이명박 정부 때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낸 최중경씨를 비롯해 박종희·김용남 전 의원, 이석우 남양주시장 등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국 남경필 현 지사가 재선에 도전하는 것으로 매듭이 지어졌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여권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명 성남시장에 비해 남 지사의 지지율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충북에선 탈당 러시
충북 지역에선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괴산군수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임회무 충북도의원이 자유한국당을 탈당했다. 임 의원은 해당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두 번이나 군수에 출마해 낙선한 사람을 또다시 군수후보로 내세우고 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21일 괴산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당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노력해 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불신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오만방자함이었다”며 “더 이상 한국당에 몸담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충주시장 출마를 앞두고 있던 이언구 전 충북도의장도 한국당을 탈당했다. 이 전 의장은 같은 날 "주위의 만류로 탈탕 시기를 미뤘으나, 한국당의 충주시장 후보 공천이 불공정하게 진행된다는 판단에 따라 탈당계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전 의장은 바른미래당에 입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충주시장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텃밭인 대구·경북선 '공천룰' 잡음
공천룰을 둘러싼 잡음도 들리고 있다. 특히 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이 대표적이다. 지난 20일 자 ‘영남일보’ 보도의 일부다.
<한국당 공관위와 최고위는 불과 나흘 사이에 공천룰을 몇 번이나 번복하면서 후보들로부터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불공정 경선 시비마저 일고 있다. 비공개 최고위에서 확정도 되지 않은 변경 경선 룰이 버젓이 문자메시지로 나도는가 하면, 공관위가 당 쇄신과 당원 결집을 위해 홍준표 대표가 공언한 책임당원 전원 모바일 투표를 불과 몇 시간 만에 뒤집고, 홍 대표가 이를 또다시 원위치시키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지역에서는 대구시장·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이 아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었어도 같은 상황이 벌어졌겠느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신문은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 “한국당이 ‘TK는 누구라도 공천만 주면 당선되니까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는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아래에서의 잘못된 공천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당 지도부는 대구·경북 유권자들을 물로 볼 것이 아니라, 현장 민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은 크게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비홍계 겨냥한 홍준표 대표의 '연탄가스' 발언
비홍계는 인물난, 공천룰을 둘러싼 갈등의 책임이 당 인재영입위원장인 홍 대표에게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홍 대표의 ‘제왕적 당 운영’ 때문에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비홍계 일부는 홍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해 백의종군하는 심정으로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해 왔었다. 이렇듯 당 내분이 격화되자 사실상 선거 바람몰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에 처했다는 기류가 당 안팎에 형성돼 있다.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는 2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자신을 흔드는 일부 비홍계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이다.
그는 “지방선거 끝나고 다음 총선 때는 그들도 당을 위해 헌신하도록 (서울) 강북 험지로 차출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비홍계의 주장에 홍 대표가 ‘강북 험지 차출론’으로 맞섬으로써 결국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홍 대표의 제왕적 당 운영 탓"
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 일간지에 “(홍 대표 본인의) 서울시장 차출론이 현실적인 얘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런 얘기가 나올 정도로 홍 대표의 제왕적 당 운영 탓에 구인난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는 당을 흔들려고 모이는 것이 아니라 중진으로서 당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도 “중진들의 조언에 대해 ‘연탄가스’라는 말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대표의 태도가 아니다. 지금 여론은 홍 대표에 대한 반감이 높아 노출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선거 전략적으로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