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개인정보 유용 폭로 하루 만에 39조 원 증발... 저커버그는 침묵 : 월간조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내부에서 '개인 정보 유용' 문제가 앞서 제기됐지만 묵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조선DB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여 명의 개인 정보가 정치적 목적으로 유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에 시가총액 39조 원이 증발했다. 미국·유럽의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탈퇴 운동을 벌이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후보 측 정치 컨설팅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 성향 정보를 활용해 '정치 심리전'을 벌였다는 사실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보유한 막대한 이용자 정보가 정치 공작과 여론 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페이스북 주가는 6.8% 폭락, 하루 만에 시가총액 364억 달러(약 39조 원)가 증발했다. 아마존·넷플릭스·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의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인터넷 정보 기반 대기업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고, 각국의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또 알렉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정보보호 최고책임자(CSO)가 회사 수뇌부와의 갈등 끝에 사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CNN 등은 이날 "페이스북이 10여 년 전부터 기업·기관들이 '유용한 애플리케이션'과 '맞춤 광고' 형태로 이용자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고, 광고 수익으로 연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동안 20억 명의 세계 이용자에 대한 보안·보호 대책은 무시했다"고 보도했다.

'성격 검사 앱' 가장해 개인 정보 수집

2014년 CA는 페이스북에 '성격 검사 앱'을 올리고, 이용자들의 성별·거주지·직업부터 '친구 목록'과 '좋아요(like)'를 누른 항목까지 분석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이용자의 내·외향성, 정치·종교 성향, 성적 취향, 부모 이혼 여부 등 민감한 사적 정보까지 망라했다고 영국 매체 가디언은 전했다.

CA는 이 정보를 활용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공약을 세우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할 개인별 맞춤형 전략을 세웠다. 맞춤형 정보 주입이 여론 조작에 효과적이라는 것은 최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가 발표한 '소셜미디어에선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전파된다'는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가짜 뉴스'가 더 위력 발휘하는 페이스북. 사진=조선DB

앞서 문제 제기됐지만 페이스북 수뇌부 묵살

'성격 검사 앱'의 사용자는 27만 명이었지만, CA는 이들의 페이스북 친구 정보를 통해 5000만 명의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앱 사업자들이 비용을 많이 지출하면 할 수록 정보 접근 권한을 열어주는 페이스북의 '사업자 친화' 정책 덕분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이 방침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고 전했다. 스테이모스 페이스북 CSO도 러시아가 페이스북 가짜 계정을 활용해 미국 대선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을 때부터 "우리 보안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미쳤느냐"며 일축했고, 다른 임원들도 "구글·트위터도 다 그렇게 하지 않느냐" "작은 기술적 실수일 뿐"이라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파문에도 저커버그와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분노한 미국·유럽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DeleteFacebook' 해시 태그를 공유하며 '페이스북 탈퇴·비활성화'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미 연방 상원의원들은 19일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 막대한 개인 정보를 모아 판매하는 기업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가 없으면, 개인 사생활뿐만 아니라 민주 선거의 신뢰성도 훼손할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법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