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부인 아키에 여사. 사진=뉴시스
"(아키에 여사라는) '선의(善意)의 괴물'이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아베 총리)의 발밑을 파괴하고 있다."
일본 시사 주간지 ‘주간문춘’ 최신호에 실린 글이다. '문서 조작' 사학 스캔들에 연루된, 아베 신조(安倍晋三·63)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55) 여사를 향한 일본 내 여론이 심상치 않다.
사학 스캔들이란 2015년 9월에 재무성이 보유한 국유지를 사학법인인 모리토모 학원에 헐값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부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이를 숨기기 위해 재무성 공문도 위조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야당은 '아키에 여사 국회 소환'을 연일 요구하고 있다.
21일 《조선일보》는 아키에 여사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아키에 여사는 일본 모리나가제과 창업자의 외증손녀다. 광고회사 덴쓰에 근무하다 아베 총리를 만나 1987년 결혼했다. 2007년 아베 총리가 1차 집권에서 실각한 뒤, 자유로운 성격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아키에 여사는 그때부터 릿쿄대 사회인과정에 들어가고, 남편 지역구인 야마구치현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도쿄 도심 간다에서 고급 선술집도 운영했다. 아키에 여사는 자서전에 "아베 신조의 아내로서보다,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게 됐다"고 썼다.
2012년 아베 총리가 2차 집권에 성공한 뒤에도 파격 행보를 보였다. 잡지 인터뷰에서 "불임 치료도 받고 입양도 생각했다"고 털어놓는가 하면,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15년 한국대사관 김장 행사에 참가했다. 동성애자 인권 행진에 동참하고, '가정 내 야당'을 자처하며 '원전 제로'를 주장했다.
아베의 지지율이 높을 땐 이런 행보가 문제 되지 않았다. 우익은 이를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아베 총리는 "아내에게 항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며 아키에 여사의 활동을 보호해줬다. 아베 부부는 서로 다른 계층으 표를 얻는 '협력자' 관계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모리토모 학원 헐값 부지 매입 관련 사학 스캔들이 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타블로이드지들은 '고부 갈등설'까지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소문난 효자로, 도쿄 시부야구 3층 주택에 어머니 요코(洋子·89) 여사와 함께 살고 있다.
요코 여사는 총리의 딸, 각료의 아내, 총리의 어머니로 3대에 걸쳐 지역구를 관리하며 살아온 '정치 9단 시어머니'다. 측근들 사이에선 '갓마더(godmother·대모)'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사학 스캔들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타블로이드지들은 아베 일가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요코 여사가 아키에 여사를 3층에 불러 야단쳤다" "가족들 사이에서 아키에 여사가 완전히 고립 상태"라고 보도했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