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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담배 제조사 KT&G(사장 백복인)의 ‘에쎄 로열팰리스’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에쎄 로열팰리스’는 KT&G가 국내 담배시장 1위는 물론 세계 초슬림 담배(가느다란 담배) 시장에서 점유율 80%를 자랑하는 에쎄의 '출시 20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고급 담배'다. ‘에쎄 로열팰리스’는 소매점에서 1갑당 1만 원에 팔린다. 보통 담배 1갑이 4500원인 점을 감안하면 2배 이상 비싼 셈이다. 들어가는 원료 자체가 여타 담배와 다르기 때문이다.
'에쎄 로열팰리스'엔 일반 담뱃잎이 들어간 게 아니다. 조선시대 최고급 담배인 '서초(西草)'를 집어넣었다. 서초는 조선시대 때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래된 담배를 말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담배는 남초(南草) 또는 남령초(南靈草)라고 불렸다. 서초는 '애연가'였던 조선 정조가 즐겨 피웠다. 즉위 이전, '왕세손' 시절부터 그 지위가 불안했던 정조는 평생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심리적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정조는 담배를 가까이했고, 주변에 이를 권했다.
정조 재위 당시 초급 관료였던 조선 후기 문신 이면승(1766∼1835)은 정조의 명을 받아 쓴 시문(詩文)을 엮어 《감은편(感恩編)》이란 책자를 만들었다. 이 기록에 따르면, 정조는 이면승에게 담뱃대와 함께 담뱃잎을 하사품으로 내렸는데, 그중 하나가 서초였다고 한다. 다음은 《감은편》의 기록 중 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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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97년 정조로부터 담뱃대 하나와 서초(西草) 한 근을 받았다는 기록(빨간색 박스 친 부분). 이면승은 정조로부터 여러 차례 담뱃대와 서초를 하사받았다. |
<우리 성상(정조)께서는 초목 하나하나의 이치를 살피시고 이용후생의 방도를 통찰하셨습니다… 이 풀이 사랑스럽다는 것은 알았으나 불경스럽다고 생각하여 차(茶)나 술보다 뒤진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성상의 가르침을 받들고 나서야 옛 생각이 완고한 고집임을 깨달았습니다.>
에쎄 로열팰리스 개발 과정도 여타 담배와 다르다. KT&G는 서초 재배 지역에 확성기를 설치하고 종묘제례악을 비롯한 조선시대 궁중음악을 틀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식물이 더 건강하게 자란다는 '통설'에 착안한 재배법이라고 할 수 있다. 궐련 필터 원료도 다르다. 궐련 필터엔 일종의 정화작용을 하는 숯이 들어가는데, '에쎄 로열팰리스' 필터엔 특별한 숯을 집어넣었다.
KT&G는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구현하기 위해 강원도 오대산 지역에서 자란 참나무로 만든 숯을 별도로 가공해 필터를 만들었다. 담뱃갑의 경우에도 '고급'을 표방했다. 담뱃갑 앞면엔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의 용 문양, 뒷면엔 정조가 축조한 화성행궁(華城行宮) 그림을 넣었다.
‘에쎄 로열팰리스’는 일반 담배보다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싼데도 시장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 원래 ‘에쎄 로열팰리스’는 2016년 11월 영‧호남 지역에 한정 출시됐다. 가격이 비싼데도 불구하고 지난달까지 이 지역에서만 총 54만 갑이 판매됐다. KT&G는 지난 1월부터 '에쎄 로열팰리스'를 전국에 출시했다. 불황임에도 품질만 좋다면 프리미엄 제품도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한 셈이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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