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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10억 원대 뇌물·350억 원대 다스 비자금 등 혐의로 수사해 온 이명박(77) 전 대통령에 대해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수사의 핵심 쟁점이었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를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영장에 못 박았다.
영장 청구서는 207쪽, 검찰이 별도로 낸 의견서는 1000쪽이 넘는다는 전언이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등 12개 안팎의 혐의가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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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된 다스의 실제 주인이 이 전 대통령이라고 판단해 구속영장에 '다스는 MB 소유'라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했다. 영장에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제외하고도 친인척 명의로 다수의 차명재산을 관리해 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다스 비자금, 법인카드 및 차량 사용 등으로 350억 원대를 횡령했다고 보았다. 여기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의한 횡령, 조세포탈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검찰은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600만 달러(약 70억 원)를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소송비 대납에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한다. 지난달 15일 이 전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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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 |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미국 대형 로펌이 무료로 소송을 도와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소송비 대납 관련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 문건이 청와대에 있었다면 조작된 것"이라고 부인했다.
국가정보원에서 총 7억 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수수)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도 적용된 혐의이기 때문이다.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실장의 10만 달러 수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4억 원 수수, 박재완 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에게 전해진 2억 원 등에 대해 특가법상 뇌물수수를 적용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사실상 이 전 대통령 측이 수수했고, 이 전 대통령의 지시와 방조가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5일 특활비 4억 원을 수수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사실상 '주범'으로, 김 전 기획관을 ‘방조범(종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김 전 부속실장의 10만 달러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선 “받은 사실은 인정하나 대북 공작 등 공무(公務)에 사용했다”는 입장이다. 김 전 기획관, 박 전 수석과 관련된 돈에 대해선 “모르는 일이며 지시를 한 적도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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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2월 13일 오전 장다사로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로 불법여론 조사를 벌인 혐의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
다만, 검찰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민정비서관이 각각 받은 10억 원과 5000만 원의 특활비와 관련해서는 이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추가로 수사해야 한다고 판단해 이번 영장 범죄사실에 포함시키지는 않았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 측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000만 원), 대보그룹(5억 원),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ABC상사(2억 원), 능인선원(2억 원) 등 민간 영역으로부터도 돈을 수수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도 특가법 뇌물수수를 적용했다. 이로써 이 전 대통령은 약 110억 원대의 뇌물을 수수하고 350억 원대의 다스 비자금 등을 조성한 혐의를 받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하고 처남 고 김재정씨 사망 이후 상속 시나리오를 검토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포함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에게도 수사망이 좁혀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다스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차명 지분 차명 보유 의혹을 받아 지난 1일과 5일 검찰에 불려 나갔다. 이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도 국정원으로부터 억대의 특활비를 받고,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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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좌)와 부인 김윤옥 여사(우). 사진=MBC 캡처 |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도 다스 전무로 재직하면서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123억 원의 부당지원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 전 대통령의 사위 이상주씨도 이팔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도 곧 검찰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여사가 1990년대 중반부터 2007년까지 다스 법인카드로 4억 원이 넘는 돈을 결제한 내역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액만 100억 원대에 달하는 등 사안이 중대한 점 ▲이 전 대통령이 객관적인 물증에도 대부분 혐의를 부인해 관계자 회유 등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점 ▲공범인 김 전 기획관 등 핵심 측근들이 구속돼 이 전 대통령에게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기초적 사실관계도 부인하는 데다 특검 이래 그의 절대적 영향력하에 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근까지 증거인멸 말 맞추기가 계속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증거인멸 우려가 높다고 봤다"며 "범행의 최종 지시자이자 수혜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는 것이 우리 형사사법 시스템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적용 혐의와 비교해 양과 질이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오는 22일 오전 10시30분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연다고 20일 밝혔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