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년 에너지 정책 수립하는데... 탈원전 비판 인사 배제해 : 월간조선

정부가 국가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인사는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위원 72명 중 원전 산업계 인사는 2명뿐이었다.

20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19일 서울 광화문 무역보험공사에서 3차 에너지 기본계획 수립과 관련, 에너지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킹그룹 총괄 분과 1차 회의가 열렸다.

에너지 기본계획은 에너지 분야 최고 행정계획으로 5년 주기로 세워진다. 정부는 민관 워킹그룹을 총괄, 갈등관리·소통, 수요, 공급, 산업·일자리 등 5개 분과로 구성했다. 민관 워킹그룹은 3차 계획 권고안을 수립해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민간위원 72명 중에 산업·일자리 분과의 나기용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갈등관리·소통 분과의 한장희 한국수력원자력 지역상생협력처장 등 원전 산업계 인사는 2명만 포함됐을 뿐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반면 탈원전에 찬성했던 전문가와 환경 단체 관계자가 다수 포함됐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이유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서인데 논의 과정에 원전 전문가를 배제한 것은 정부가 탈원전을 고집하느라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이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말 30.3%에서 2030년까지 23.9%로 낮출 계획이다.

총괄분과 위원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 중단 및 탈원전을 주장해 왔던 박종운 동국대 원자력시스템공학과 교수와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홍혜란 에너지시민연대 사무총장이 맡았다. 위원장이자 총괄 분과장인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교수는 원전 비중을 대폭 줄인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수립 때 전력정책심의위원장을 맡았었다.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 때 전력 수요 전망을 담당했던 강승진 산업기술대 에너지대학원 교수와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각각 수요 분과장과 총괄 분과 위원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 전망한 최대 전력 수요 예측은 올해만 14차례 빗나가면서 탈원전 정책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전력 수요를 너무 낮게 예측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원회에 탈원전에 비판적인 인사가 배제됐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을 발표했고,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서도 원전 비중이 축소돼 원전 관련 인사 참여가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아직 원전을 대체할 만한 상황이 아닌데도 에너지 정책 수립을 위한 논의에서 원전 전문가를 배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