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폭력 의혹에 휩싸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재소환한다. 서울서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오정희)는 18일 안 전 지사에게 오는 19일 오전 10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안 전 지사는 자신의 정무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6일 고소당했다. 잠행하던 안 전 지사는 지난 9일 기습적으로 검찰에 자진 출석해 9시간30분가량 조사를 받고 돌아갔다. 안 전 지사는 당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저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많은 국민들과 도민께 죄송합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지사가 검찰에 재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그가 김씨에게 보냈던 메시지들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안 전 지사가 검찰에 재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그가 김씨에게 보냈던 메시지들에 다시 관심이 쏠린다.
안 전 지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김씨에게 ‘미안’ ‘내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문제를 괜히 이야기했다’ ‘괘념치 말거라’라는 글을 남겼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후 안 전 지사는 "왕조시대의 왕이 시녀에게나 내뱉을 수 있는 말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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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희정 인스타그램. |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괘념치 말라’는 건 ‘나는 괜찮으니 너는 걱정하지 말라’고 할 때 쓰는 표현”이라며 “피해자가 상처받아 걱정하고 있는 상황인데, 가해자가 ‘나는 걱정하지 않으니 너도 걱정하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권력형 나르시시즘의 특징은 오만함과 함께 상대방을 물적 대상화하고 도구로 착취하는 점”이라며 ‘괘념치 말라’는 말에서 안 전 지사가 갖고 있던 권력형 나르시시즘의 실체를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석헌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피해자를 자기 소유물처럼 생각한 것이다. 피해자가 더 이상 갈 곳이 없고 내 소유라고 여긴 것"이라고 했다.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보낸 문자에는 "다 잊어라. 아름다운 스위스와 러시아의 풍경만 기억해라"라는 내용도 있다.
하필 '괘념치 말거라'나 '다 잊고, 아름다운 풍경만 기억하라' 같은 말은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도깨비'가 만들어낸 명대사다.
도깨비 12회(2017년 1월 7일 방영)에서는 저승사자(이동욱역)가 써니(유인나역)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저승사자의 키스는 전생을 기억나게 만들어요. 내가 당신의 전생에 무엇이었을지 두렵습니다. 하지만 부디 좋은 기억만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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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도깨비. |
안 전 지사는 지난해 대선 후보로 출마했을 때 ‘도깨비’를 패러디한 선거운동을 펼쳤다. 당시 안 전 지사는 빨간색 목도리를 두른 아내의 손을 잡고 그윽한 눈빛으로 아내를 바라보면서 사진 하단에 ‘#공유 #도깨비 #안유 #안유다그램 #널 만난 내 생은 상이었다 #비로 올게 #첫 눈으로 올게' 등의 해시태그를 남겼다.
안 전 지사와 아내 민주원씨는 고려대 캠퍼스 커플이다. 민씨는 2017년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외부자들’과의 전화통화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해 "남편은 정당정치를 30년 하면서 때가 묻지 않고 깨끗한 부분들이 많다"며 "누구라도 안을 수 있는 품이 넉넉한 사람이다.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풍부하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현실과 드라마를 혼동한 인물이 아니길 바란다.
도깨비는 불멸의 도깨비와 저승사자,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원한과 사랑 등을 맛깔나게 버무려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7년 1월 21일 마지막 회에서는 20.5%를 기록, tvN 역대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세웠다. 케이블 채널에서 20%대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도깨비’가 최초다.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채널보다 시청률이 낮게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도깨비’의 인기가 대단했다는 점을 증명한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