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요구 받고 '서울시장 출마' 고심하는 안철수와 지방선거 출마설 일축하는 유승민 : 월간조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가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바른미래당이 창당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소위 ‘컨벤션 효과’를 보지 못해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지율이 낮아 지방선거에 내보낼 인사들도 충분히 모여들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당 안팎에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를 종용했다.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같은 뜻을 안 전 대표에게 전달했고, 그를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앉혔다. 안 전 대표가 ‘백의종군’을 선언한 지 한 달만의 정치 복귀인 셈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바른미래당 창당 후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당의 요구에 따라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사진=조선일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아직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확정하지 않았다. 장고 끝에 적기를 놓친다는 부정적 의미의 ‘간철수’란 별명을 가진 그가 언제 출마 여부를 밝힐지는 불분명하지만, 세간에선 그의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바꿔 말하면, ‘안철수 출마’는 지방선거 판세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수’가 됐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유승민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 대표는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는 뜻을 거듭 밝혔지만, 당 사정이 여의치 않아 같은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선 대선주였고, 현재는 당의 간판인 유승민 공동댚가 지방선거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조선일보

바른미래당은 대선 주자이자 당의 간판인 유 대표가 당을 위해 희생하는 자세로 지방선거에 나서 안 전 대표와 함께 ‘선봉장’ 역할을 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하고 있다.

유승민 대표와 안철수 위원장은 대선 때 악연을 쌓았다. 2017년 4월 23일, 3차 대선 후보 토론 당시 안 위원장은 소위 ‘박지원 상왕설’을 계속 묻는 유 대표에게 안 위원장이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 "실망입니다!"라고 '토로'했을 정도다. 그랬던 두 사람이 중도 통합을 위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을 합쳤다.

지난해 대선 후보 TV토론 당시 안철수(좌측 두 번째) 국민의당 후보는 유승민(좌측 첫 번째) 바른정당 후보에게 "그만 좀 괴롭히십시오"라며 섭섭합을 토로했다. 사진=조선일보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의원들의 반발 등으로 내홍을 겪다가 이들이 민주평화당을 만든 다음에야 바른정당과 합당할 수 있었다. 당시 당 대표였던 안철수 위원장은 내분을 무마하고 통합을 강행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반면 바른정당은 일부 인사들이 국민의당과의 합당을 반대하며 탈당하는 ‘손실’을 봤지만, 국민의당보다는 수월한 통합 과정을 거쳤다. 이는 유승민 대표가 안철수 위원장에게 일종의 ‘채무’를 졌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박지원(앞줄 우측)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호남 지역 의원들은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반대하고, 민주평화당을 따로 차려 나갔다. 사진=조선일보

합당 과정에서 정치적 타격을 받았는데도 안철수 위원장은 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이와 달리 유승민 대표는 지방선거 출마 요구를 일축한다. 이와 관련, 유 대표와 함께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인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3월 8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유승민 대표가 당을 위해 헌실할 길은 많다”며 “인재 영입이 부진하고, 당내 의견이 모인다면 유 대표에게 대구시장이나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라고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17일 발간된 《월간조선》 4월호 인터뷰 기사의 일부다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당내 의견이 모이면 유승민 대표에게 대구시장 또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대표는 지방선거에 나갈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합니까.
“본인은 없다고 그러는데.”

-당 상황이 어려운데, 그건 너무 이기적인 태도 아닙니까.
“글쎄,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니고. 어제 우리 지역위원장들 워크숍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도 같은 얘기가 나왔습니다. 대선에 출마해 인지도도 있고, 상대적으로 젊고 파괴력 있는 후보가 아니겠느냐는 측면에서 ‘유승민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어요.”

-유승민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면 어느 지역에 나가야 할까요?
“우리가 동서화합을 이루고 지역주의를 극복한다고 했으니까 대구시장 선거에 나가면 좋은 일이고. 수도권 지역도 관심 지역이니까 그래도 되고. 유승민 대표가 결심만 한다면 당을 위해서 헌신할 방법은 많다고 봅니다.”

-유승민 대표한테 입후보를 권할 생각은 없습니까.
“본인이 출마에 대한 선을 긋고,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으니까요. 지금 당장 그런 얘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인재 영입이 부진하고 ‘유승민 대표 출마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당내 의견이 모이면 이야기를 할 수 있죠.”〉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