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일가족은 왜 투신자살을 선택했나 : 월간조선

일가족 3명이 서울 영등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했다. 대학생 아들(19)이 먼저 투신하고 나흘 뒤 어머니와 고등학생 여동생(17)이 뒤를 따랐다. 아버지(49)는 연락이 두절된 채 방황하다 실어증에 걸렸다. 누구도 유서를 남기지 않았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아들은 올해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어려서부터 ‘수재’로 통했다. 신입생인 그는 개강 후 아버지와 학교생활 문제로 한두 번이 아닐 정도로 자주 다퉜다고 한다. 대학 친구 말에 따르면 아들은 최근 학교 모임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물건을 잃어버려 아버지와 다퉜다. 아버지는 화가 나서 아들의 옷을 찢었다고도 했다.

생을 비관한 아들은 9일 오전 10시 45분경 부친과 다툰 다음 “차 타러 나간다”고 말한 뒤 아파트 20층 옥상으로 올라가 투신했다. 뛰어내리기 전 옥상에 외투와 휴대폰을 남겼다. 당시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평소 원만한 교우관계를 유지했다.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유족들은 충격에 빠졌다. 서울 용산구의 한 호텔에 투숙하면서 아들의 장례절차를 밟았다. 그 과정에서 아들 죽음 문제로 다툼이 일었다고 한다. 유족이 왜 호텔로 거처를 옮겼는지는 의문이다. 여동생은 오빠가 투신한 후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아들의 발인이 있던 날, 어머니는 딸의 학교에 전화해 “결석 처리해달라”는 말을 남겼고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아들의 장례를 마친 그 이튿날인 13일 오후 2시 10분경 가족이 살던 아파트 19층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아들의 방 창문을 열고 함께 뛰어내렸다. ‘딸이 어머니를 말리려다가 함께 떨어졌다’ ‘애초에 모녀가 함께 뛰어내렸다’는 등 의혹이 분분했지만 미제로 남게 됐다.

여동생의 친구들은 그녀가 오빠, 어머니와 사이가 매우 가까웠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투신한 후 ‘아들을 따라가겠다’는 문자를 주변에 보내는 등 힘겨워했다고 한다. 그녀는 수년간 개인 생활을 포기해가며 아들의 학업 뒷바라지를 했다.

경찰은 사건 조사를 위해 호텔에 남아 있던 아버지를 찾았지만 행적이 묘연했다. 연락을 끊고 사라졌던 것이다. 아버지는 15일 새벽 1시 56분경 아파트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경찰이 발견했을 당시 그는 자신도 투신하겠다며 발버둥 치며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그는 실어증을 앓고 있었고 정신적 고통도 호소했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격리 치료를 받았다. 경찰과 병원 측은 그를 ‘자살위험군’으로 판단, 24시간 곁을 지켰다. 아버지는 현재 경찰의 신병 보호 아래, 친인척이 보살피고 있다고 한다.

주변 이웃들은 이 가족을 어떻게 보고 있었을까. 화목한 가정이라고 말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정불화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이웃은 “2년 전부터 중년 남성이 큰 소리를 내고 여자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최근에는 그들이 싸우는 빈도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한편 이들 가족은 최근 자택 내부를 대대적으로 수리하기도 했다. 아파트 주민 말에 따르면 이들 가족은 10년간 해당 아파트에서 살았고 지난달 일주일간 집을 비우면서 내부 수리를 했다. 가족은 이달 1일쯤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이 기막힌 사건은 현재 영등포경찰서 형사1팀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은 말을 못 잇는 아버지와 필담으로 의사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그는 필담에서 ‘술을 마시고 싶다’ ‘너무나도 괴롭다’는 내용을 적는다고 한다. 그에게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릴까.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