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아온 개그맨 이창명. 사진=뉴시스
'음주 뺑소니' 혐의로 재판을 받은 개그맨 이창명(49)씨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을 받았다. 수사기관은 이 사례를 악용해 음주 운전 사고를 내고 달아나버리는 모방범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16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15일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이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는 합리적 의심은 들지만, 증명되지 않는다"며 뺑소니 혐의에 대해서만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이 판결을 두고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에 어긋난다"는 반응이 나온다. "음주 운전 사고를 내면, 무조건 달아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음주 운전 단속을 해야 하는 경찰은 난감해하고 있다.
이씨는 2016년 4월 밤 11시 20분쯤 지인들과 저녁 식사 후 차를 운전해 서울 영등포구 교차로를 지나다 인도 위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그는 사고 신고를 하지 않고 차량을 버려둔 채, 인근 병원 응급실로 갔다. 이씨는 사고 후 21시간 만인 다음날 오후 8시 25분 영등포 경찰서에 출석했다. 음주 측정 결과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였다.
이씨가 음주 운전을 했다고 볼 정황은 여러 가지였다. 경찰은 이씨가 사고를 내기 전, 일행 6명과 가진 저녁 모임에 41도 소주 6병, 생맥주 9잔이 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고 직후 응급실에서 이씨는 "소주 2병을 마셨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이씨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고 했고, 일행도 "이씨가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저녁 자리에서) 6명이 균등하게 술을 나눠 마셨다"고 가정했을 때 운전 당시 이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수준인 0.05% 이상이었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검찰이 범죄 사실을 증명했다고 볼 수 없다"며 음주 운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6명이 동일하게 술을 마셨다고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 증거만으로는 이씨가 마신 술의 양을 특정할 수 없다"고 했다.
수사기관은 이씨 사례를 악용한 '모방 범죄'가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음주 단속에 걸리거나 음주 사고를 내더라도 일단 도망가고 보자는 심리가 커질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사고 후 달아난 운전자에 대해선 경찰이 즉각 차량 소유주를 확인하고 체포 인력을 늘리는 식으로 수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음주 후 만 하루가 지나도 음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감정 방식을 상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음주 측정 방법을 고도화해 뒤늦게 붙잡혀도 발뺌할 틈이 없도록 만들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도 시간이 상당히 경과한 경우라면 측정하기 어렵다.
최근 음주 운전 사고는 처벌이 강화됨에 따라 감소 추세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5년 연속 감소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음주 사고는 1만9769건 발생해 2012년(2만9093건)에 비해 32%나 감소했다. 음주 운전 동승자를 함께 처벌하거나 상습 음주 운전자의 경우 차량을 빼앗는 등 처벌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음주 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김성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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