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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기자수첩] ‘성추행 의혹’ 고은이 주도한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왜 세금 347억원 들어갔나?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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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
통일부는 8일, 최근 상습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시인 고은(본명 고은태)씨가 이른바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목사 문익환씨가 1989년 무단 방북해 김일성을 만났을 때 소위 ‘통일국어사전’을 만들기로 합의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문익환씨 사망(1994년) 이후 그의 유지를 받들어 이른바 ‘통일 관련 연구ㆍ기념사업’ 등을 한다는 ‘사단법인 통일맞이(당시 이사장 장영달, 현 이사장은 이해찬)’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는 ‘사전 공동 편찬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2005년 2월 20일, 이들은 북한 금강산에서 공동편찬위원회 결성식을 가졌다. 해당 단체의 이사장은 고은태씨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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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8일 오후 서울 공덕동 지방재정회관에서 열린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개소식에서 이사장 고은태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는 대남 적화 전략ㆍ전술인 통일전선전술을 실행하는 노동당 외곽단체다. 결국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통일맞이’란 남한의 한 민간단체와 북한 노동당의 외곽단체가 체결한 계약이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해당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지원했다. 사업 첫해를 제외하고 많게는 30억원, 적어도 15억원 이상이 매년 이른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에 투입됐다.
 
애초 기자 같은 ‘문외한’이 봤을 때 ‘겨레말큰사전 편찬’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사업이었다. 통일이 되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작업에 굳이 장기간 거액의 세금을 지원해 진행한 까닭을 알 수 없었다.  
 
더구나 남한엔 이미 완성된 《표준국어대사전》이 있다. 북한엔 《조선말사전》이 있다. 우리 입장에서 북한 어휘가 이해되지 않을 때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마든지 그 뜻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경우엔 남한 사전을 본다는 것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다. 남한이나 북한이나 현재 상황에선 ‘겨레말큰사전’이 불필요하다고 여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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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8일,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개소식 당시 이재정(왼쪽부터), 고은태, 박용길(문익환 처), 백낙청, 이해동씨 떡을 자르고 있다.  사진=뉴시스
 
 
'겨레말큰사전 편찬' 자체가 사실상 ‘헛일’이라고 생각했다. ‘남북 공동사전’을 만든다고 해도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과 북한의 《조선말사전》을 합치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한 작업 같아 보이는데도 ‘겨레말큰사전’이 언제 나온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았다.
 
이처럼 막대한 세금을 들여 10여년 가까이 지원했는데도 ‘겨레말큰사전’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소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그간 정부로부터 받아간 돈을 어디에 썼는지 궁금했다. 이에 2015년 9월 14일, ‘겨레말큰사전’에 지원된 연도별 예산 내역을 통일부에 요청했다.
 
당시 통일부는 “2015년 8월 현재까지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과 관련해 남북협력기금 248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당시까지 지원이 결정됐지만, 집행되지 않은 금액이 16억5000만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2015년까지 총 264억원이 ‘겨레말큰사전’을 편찬하는 데 들어간 셈이다.
 
이후엔 ▲2016년 23억원 ▲2017년 27억5000만원 ▲2018년 33억원 등이 통일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지원(2018년의 경우 집행 중)됐다. 세금 347억원이 투입됐다는 얘기다. 얼마나 대단한 사전을 만들기에 이처럼 거액이 들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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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당시 통일부의 답변이다. 사진=월간조선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가 재무제표를 자신들의 홈페이지 게시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지출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통일부에 사업비 지출 증빙 서류를 요청했다.
 
당시 통일부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의 2ㆍ3ㆍ5ㆍ6ㆍ7호를 이유로 들며 내놓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은 제9조에서 ‘비공개 정보’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중 통일부가 내세운 항목은 다음과 같다.  
 
〈2.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3. 공개될 경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5. 감사·감독·검사·시험·규제·입찰계약·기술개발·인사관리에 관한 사항이나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으로서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나 연구·개발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
 
6. 해당 정보에 포함되어 있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7. 법인·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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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8일,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겨레말큰사전 제12차 남북공동편찬회의 당시 고은태씨가 북한 측 인사들과 건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일부는 ‘겨레말큰사전’에 투입된 사업비 지출 증빙 서류를 공개하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고,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의 보호와 사업 편찬 작업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통일부 사회문화교류과 관계자에게 사전 편찬 사업비 지출 내역을 공개와 ‘국익’ ‘국민 생명과 재산 보호’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물었다. 해당 관계자는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했다. 앞서 언급한 법률 조항만을 반복해서 얘기할 뿐이었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그와의 논쟁은 무의미했다. 결국 영수증을 받지 못하고 취재를 포기했었다.  
 
이후 고은태씨만 보면 ‘겨레말큰사전 사업비’가 떠올랐다. 최근 고은태씨 관련 성추문 의혹이 제기됐을 때도 그랬다. 도대체 해당 사업이 왜 필요할까. 우리 정부는 왜 350억원가량을 이들에게 지원했을까.  
 
마침 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8일, “고은과 겨레말큰사전”이란 칼럼을 통해 같은 의문을 제기했다. 다음은 그의 글 일부다.  
 
〈모르는 북한말이 있으면 ‘조선말대사전’에서 찾고, 한국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으면 된다. 뭐가 그리 불편해 지금 수백억원 들여 꼭 합쳐야 한단 말인가. (중략) 언어의 통일은 통일 이후에야 가능하다. 통일이 한국 주도로 이뤄진다면 서울말이 표준어가 되고, 북한말은 지역어가 된다.
 
북한 사람은 탈북민처럼 한국말을 빨리 배우기 위해 애를 쓰겠지만, 서울 아이들이 학교에서 “러시아는 북한말로 로씨야입니다”라고 배울 일은 없다는 뜻이다. 또 2400만명의 표준어보단 5000만명이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어가 되는 게 순리다.
 
제주도 말부터 함경도 말까지 다 아우르는 진정한 통일 겨레말사전은 통일 후 표준어와 지역어의 지위가 분명해진 뒤에야 만들 수 있다. 또 통일 이후 남북 학자 수십 명이 함께 모여 작업하면 빨리, 매우 값싸게, 훨씬 정확하게 만들 수 있다. 지금처럼 만날 때마다 북한에 15만 달러어치씩 주면서도 1년에 고작 4번도 만나지 못해 애쓸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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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인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가 8일, “‘미투’ 훨씬 이전부터 내가 고은 시인 욕했던 이유는”이란 칼럼을 통해 ‘겨레말큰사전’ 문제를 지적했다.

한편,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그 소요 기간이 길며 남북, 해외 동포 사회의 언어를 통합하는 어렵고 방대한 사업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또  “민족어 동질성 회복과 언어 통일 준비라는 국가적ㆍ민족적 차원의 사업으로 예산과 인력의 투입 규모가 큰 비수익성 공공사업”이라고 얘기한다. ‘고비용ㆍ저성과’를 지적하는 데 대한 일종의 '반박' 또는 '해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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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에 대해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업" "예산과 인력의 투입 규모가 큰 비수익성 공공사업"이라고 주장한다. 사진=겨레말큰사전 남북공동편찬사업회 홈페이지

 
글=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18.03.08

조회 : 7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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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골아지매 (2018-03-10)   

    이글과 관련해 청와대 청원 하였습니다. 동의 부탁드립니다. 고은으로 검색하셔서 찾아주십시요 !

  • 폴로 (2018-03-10)   

    정보공개신청해서 그 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밝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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