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은씨.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시인 고은(85)씨가 외신을 통해 “최근에 제기된 의혹들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끄러운 행동을 한 적이 없고, 집필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은씨는 지난달 초 시인 최영미(57)씨의 시 ‘괴물’로 성추문이 불거진 뒤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공개 기자 회견이나 국내 언론을 통해서는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아 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지난 2일(현지시각) 영국 출판사인 블루덱스 북스(Bloodaxe Books)의 고은씨 담당자인 네일 아슬리 씨를 통해 받은 고씨의 성명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은은 성명서에서 "최근에 제기된 의혹들에서 내 이름이 거론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나는 일부 인사들이 나에 대해 제기하는 상습적인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단호히 부인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고씨는 “지금 나는 단지 한국에서 진실이 밝혀지고, 논란이 해소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실과 전후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외국인 친구들에게 ‘나는 나의 아내와 나 자신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을 단언한다”고도 했다.
고씨는 또 “지금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명예를 유지하면서 계속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슬리 씨에 따르면 고은은 지난달 종양 치료를 위해 입원했으며, 현재 회복 중이지만 수술로 인해 건강이 악화된 상태라고 한다.
고은씨의 성추행 의혹은 최영미씨가 지난해 12월 발행된 계간지 '황해문화' 겨울호에 발표한 총 7연 27행의 시 ‘괴물’을 통해 제기됐다. 이 시는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문을 폭로한 뒤 확산된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 바람을 타고 지난달 초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최씨는 지난달 말 한 일간지에 보낸 기고문에서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의 한 술집에서 선후배 문인과 가진 술자리에서 ‘원로시인 En(고은)’이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누운 뒤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 잠시 후 그는 나와 다른 젊은 여성 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명령하듯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이라고 표현했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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