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지전문대 전경.
최근 의혹이 제기된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수들의 성폭력 행위와 관련해 피해 학생들이 20여 년간 침묵해 왔다는 보도가 나왔다.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학생들은 이 학과 남성 교수들의 성폭력 행위를 폭로했다. 교수인 최용민·박중현·이영택씨 등이다. 가해 교수들은 성폭력 행위를 인정하는 자필 사과문을 작성해 학생회에 전달했고, 이들은 학교 당국의 조사도 받고 있다고 한다.
재학생·졸업생들에 따르면, 1998년 학과 설립 후부터 성폭력·성희롱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지난 3일 자 ‘조선일보’ 보도의 요지다. 폭로 후 미래에 대한 두려움, 같은 집단의 따돌림 등을 우려해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고, 그 사이 성폭력 가해자는 늘어났다고 한다.
'조선일보'는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사례는 특정 집단에서 성폭력이 어떻게 외부로 알려지지 않고 만연할 수 있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대학 내 성폭력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건 '돌출 행동을 하지 말라'는 분위기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교수가 저지른 만행을 고발해도 선후배나 동기가 이에 동조하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갈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도 있다고 한다. 한 졸업생은 "'너만 올곧은 사람이냐'는 무언의 압박이 작용한다며 자기 목소리를 잘못 내면 '이단' 내지는 '아웃사이더'로 취급받는다"는 풍토가 있다고 했다.
'연대 책임'을 묻는 문화도 있다고 한다. 한 교수가 주관한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으면 해당 학번 학생들을 실습에서 배제했다고 한다. 한 졸업생은 "동기들 생각해서라도 교수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저항하면 비싼 학비 내고 독학하는 셈이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졸업 후 연기 활동에 지장을 받을까 봐 염려돼 성폭력을 묵인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신문은 “박중현 교수의 성폭력은 매 학기 개설된 '연극 제작' 수업에서 주로 일어났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연구실로 여학생을 불러 안마를 시킨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 졸업생은 "어느 날은 허리가 아프다며 웃통을 벗더니 '로션을 발라 안마해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또 “수건을 전자레인지에 돌려 스팀 타월로 찜질하고, 또 뻐근한 곳이 있으면 다시 안마를 시켰다”며 “시녀가 따로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한 졸업생도 "어떤 교수가 술자리에서 마음에 든 여학생이 CC(캠퍼스 커플)인 것을 알자 여학생과 사귀던 남학생을 불러 손찌검을 했다"고 했다. 최용민 교수는 택시 안에서 여학생에게 강제로 키스를 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최 교수는 사임계를 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이영택 교수가 여학생 몇 명을 술집으로 조용히 불러 술을 마시다가 갑자기 키스하려 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명지전문대는 지난달 26일 사실조사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학교 측은 "4명 교수 모두 직위를 해제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했다. 사표를 냈다고 하더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사실로 확인되면 사직이 아니라 파면 등 다른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또 시간강사 등 대체 인력으로 강의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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