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정원일기. 사진=문화재청
지난해 6월부터 승정원일기를 인공지능(AI)으로 번역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번역 작업에 AI를 사용함에 따라 완역 시점이 30년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된다.
승정원일기는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에 해당하는 승정원에서 국왕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것으로 단일 사료로는 세계 최대 분량이다.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에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으로 등재됐다.
2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승정원일기 번역을 맡은 고전번역원은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전 번역에 AI를 도입하기로 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1차 사업비로 19억4000만 원을 받았다. 번역 알고리즘 제작은 AI번역 전문업체인 시스트란이 맡았다. 2016년 세계 최초로 딥러닝(심층학습) 기반 자연어 처리 번역 엔진을 상용화한 업체다. 김동필 시스트란 부사장은 "단어와 구문을 쪼개어 번역하는 기존의 통계 기반 번역이 아니라 문장을 통째로 파악해 번역하는 인공신경망 번역"이라며 "문장 맥락의 이해도와 정확도가 전문번역사 대비 70%까지 따라왔다"고 말했다.
백한기 한국고전번역원 고전정보센터장은 "1994년부터 승정원일기 번역이 시작됐지만 양이 워낙 방대해 전문 번역사들은 아직 20%밖에 번역하지 못했다"며 "2062년으로 예상한 완역 시점을 AI 번역과 병행하면 30년 이상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I가 1차 번역을 하고, 전문 번역가가 감수를 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작업 소요시간이 대폭 줄기 때문이다.
조선 역사의 보고(寶庫)인 승정원일기를 전문 번역가와 AI가 협력해 완역해 낸다면 과학기술·의학·음식·의복 등 전 분야에 걸쳐 한류(韓流)를 이끌 문화 콘텐츠가 발굴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백한기 센터장은 "1993년 완역된 조선왕조실록이 소설·영화 등 수많은 콘텐츠를 배출한 것처럼, 승정원일기가 AI와 더불어 완역되면 또 다른 한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월간조선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