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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수 전 실장(좌)과 김관진 전 실장(우).
'세월호 참사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장수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6일 검찰에 출석한 가운데 김장수 전 실장의 후임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27일 소환하겠다고 검찰은 밝혔다.
김관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활동 등 이른바 '선거개입'에 관여했다며 군 형법상 정치관여 혐의로 구속됐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형사51부(부장 신광렬)의 구속적부심사를 통해 풀려난 바 있다. 이번 조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사후 변경에 관여한 정황이 포착돼 이뤄지는 것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 A씨는 26일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검찰의 김관진 전 실장 조사에 대해 "(검찰의) 고질적 관행인 별건(別件) 수사가 이뤄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당초 예상했던 혐의가 입증되지 않자 (검찰이) 다른 혐의를 무리하게 적용하려 한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특정한 인물을 파괴하려고 목표를 정해놓고 이것저것 뒤지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그런 방식(별건 수사)은 이 정부도 그렇고, 전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법의 이름으로 정적(政敵)을 죽이려는 것 같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고검장 출신의 변호사 B씨도 지난 25일 “적국의 장수가 오는 날, 아군의 장수를 소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당국의 태도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의 주범인 김영철이 한국에 오는 날, 김장수 전 실장의 소환 통보를 발표한 검찰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B씨는 “적장(김영철)은 환대하면서 아군의 장수(김장수)에게 망신을 주려고 한다면 나라의 운명은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6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은 김관진 전 실장에 대해 27일 오전 9시 출석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구속된 백낙종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전 실장이 조사본부의 군 대선개입 사건 조사를 축소·은폐하려고 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연제욱·옥도경 전 사이버사령관을 정치관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라” “대선 개입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23일 김관진 전 실장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기도 했었다.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김장수 전 실장은 취재진에게 “검찰에 물어보는 내용에 따라 답변하겠다”며 “(세월호 참사로) 실종되신 분들, 희생되신 분들께 애도를 표하고 유가족들이라든지 가족 친지들에게 위로의 말씀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보고서를 조작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대통령이) 그런 지시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부실한 초동 대응을 감추려고 상황보고서에서 대통령 최초 서면보고 시각을 사고 당일 오전 9시30분에서 오전 10시로 사후 조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발생 등을 처음 보고한 당사자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위기 상황을 종합관리하는 컨트롤타워’라는 내용을 임의로 삭제한 데에 관여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 현역 육군 장성인 신인호 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 관계자 등을 소환 조사하기도 했었다.
지난해 10월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청와대 보고서가 조작되고 위기관리 지침이 사후에 무단 변경된 사실이 발견됐다며 김장수 전 실장을 비롯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관진 전 실장, 신인호 전 센터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문서 훼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