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전 국민 비난받은 김보름, 빙상연맹은 어디에? : 월간조선

24일 동계올림픽 최초로 도입된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현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에이스 김보름은 은메달을 땄지만 온전히 기뻐하지 못했다.

김보름은 19일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조직력의 허점을 보이며 7위에 머물렀고, 뒤에 처진 팀원(노선영)을 비난하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로 전국적인 마녀사냥의 피해자가 됐다. 빙상선수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왕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보름과 대표팀 감독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며 사과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평창 동계올림픽의 망신"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라"며 청와대 청원에 나섰고 이 청원에 수십만 명이 동참했다.

여자 팀추월의 노선영, 김보름, 박지우 선수.

김보름은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따고도 웃음을 띠지 못했고, 눈물을 흘리며 빙상에 엎드려 관객들에게 사죄의 큰절을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의 시선은 차갑다. 25세의 유망주 선수를 이 정도로 마녀사냥해야 하는 이유는, 그리고 그 계기는 무엇일까.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노선영도 잘못한 게 있지 않으냐"며 노선영 선수의 실력과 과거 인터뷰까지 비난하는 분위기도 일어나고 있다. 누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길래 20대에 불과한 선수들이 지독한 악플 세례에 시달려야 하는지 의문이 들 뿐이다.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사실상 선수들은 빙상계 내 파벌(한체대-비한체대) 싸움의 희생자들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빙상연맹 고위 관계자 및 임원은 어디로 숨었을까. 이 시점에서 잘잘못을 가리고 나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책임을 져야 하고 사과해야 할 이는 대한빙상연맹이다. 전 국민이 분노한 김보름의 태도는 '실력만 있으면 왕따를 해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 그런 생각은 누가 심어준 것일까?

국가대표 선수들은 어린 나이부터 운동에 집중하며 학교에서 학업과 인성교육을 받을 시간이 부족하다. 자연스럽게 체육계 관계자들과 선배들에게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다른 스포츠 선수들이 인성문제로 이 정도로 비난을 받은 일은 거의 없다. 빙상만큼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 양궁계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다.

스포츠가 철저하게 실력과 결과 위주라는 점은 자명하지만, 적어도 국내 체육 지도자들은 실력이 인성보다 먼저라거나 실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왕따시켜도 된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국민이 진짜 주시해야 하고,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은 대한빙상연맹의 책임자들이다. 애초 국제빙상연맹의 규정을 오역해 노선영의 올림픽 참가가 무산되면서 노선영이 인터뷰를 자처, 빙상연맹과 이승훈, 김보름 선수를 사실상 비난하며 이 사태가 시작됐다. 또 무리한 목표 설정과 전술 지시, 논란 발생 후 그 누구도 진두지휘하며 전면에 나서지 않은 점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고, 국민에 사죄해야 한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