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KBS 캡처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소속 신부 한 모씨가 여성 신도에게 성폭력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KBS는 천주교 신도인 김민경 씨의 사례를 보도했다. 이날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2011년 4월부터 신부 3명과 다른 자원봉사자 1명 등 5명 함께 아프리카 남수단에 봉사활동을 갔다고 한다. 그의 생활은, 처음엔 고되고 보람찼지만 갈수록 지옥이 되어 갔다고 한다. 김씨의 말이다.
강간을 시도한 한 모 신부
<식당에서 나오려고 하니까 어....문을 잠그고 못 나가게 막고 강간을 시도하셨죠. 그래서 음....제가 손목이 붙잡혔는데 저항하면서 제 손목을 빼다가 제 팔에 제 눈이 맞아서 눈에 멍이 시퍼렇게 들고, 벗어나려고 (옆에 놓여져있던) 흉기를 집어들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가까이 오시진 않았지만 제가 사제를 찌를 순 없잖아요? 그래서 결국에는 내려놓고, (다른 사람들을 깨우려고) 헬맷으로 거울도 깨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김씨는 다른 신부들에게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새벽 5시에 나왔어요. 온몸이 너무 욱신거려서 다음 날까지도 몸이 아팠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제가 거기 있던 다른 후배 신부님들한테 피해 사실을 알렸고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어요. 왜냐면 그 분들도 거기서 살아야 됐고 그 선배 사제의 막강한 파워, 온 지 얼마 안 된 후배들은 모든 걸 그 선배 사제한테 인수인계를 받아야 했고, 물어봐야 했고,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제가 그 분들이 저에게서 피해 사실을 듣고 “선배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 말하기를 바랐다면 너무한 걸까요?>
'울지마 톤즈'에도 출연한 한 신부
보도에 따르면, 가해자는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라고 한다. 한씨는 고(故) 이태석 신부의 뒤를 이어, 2008년부터 4년 동안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KBS 다큐멘터리 ‘울지마 톤즈’에 이태석 신부와 함께 등장하며 사목활동에 열심인 사제로 부각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취재진이나 방문객이 모두 떠나고 사제단과 봉사자 등 5명만 남게 되면 한씨는 이성을 잃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한씨는 김씨에게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며 재차 성폭력을 가했다고 한다. 이어지는 김씨의 주장이다.
<하루는 그 사제가 창문 앞에서 계속 저를 불러댔는데 제가 못 들은 척 하고 자는 척을 했는데 열쇠도 아닌 아마도 클립 같은 거였던 것 같은데 그걸로 한참을 문을 흔들고 결국엔 문을 따서 방으로 들어왔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그러니까, 저를 움직이지 못 하게 잡고 자기 얘기를 들어달라고 하면서 했던 얘기가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러니까 네가 좀 이해를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저는 너무 힘들어서 그만 좀 제발 나가달라고 했는데 나가지를 않아서 제가 먼저 제 방에서 나왔어요. 그러니까 그제서야 따라 나오시더라고요.>
용서를 빈 뒤에도 또 다시...
한씨는 김씨에게 용서를 빈 다음에도 똑같은 짓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렇게 내보내고 겨우 들어가서 ‘아 이제 문을 잠그는 것조차도 나한테는 의미가 없는 행동이고, 이 방조차도 나에게는 안전한 곳이 아니구나’ 그렇게 깨달았죠. 그런 일이 있고 난 다음엔 어쨌거나 미안하다, 잘못했다, 용서해 달라 사죄를 하고 그래서 용서를 받아주고 화해를 하고 그러면 같은 일이 또 반복이 되는거죠.
잊으려고 너무 오래 노력을 했고 이미 6년 전 일이라 정확히 제가 몇 번 저한테 그런 안 좋은 일이 있었는지 회수 같은 건 기억하지 못 하지만, 제가 기억하기에 아주 자주 있었던 일이고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라고 생각해요. 근데 기억나지 않아도 정확하게 기억나는 그 날짜, 일기에 적혀있는 사건 두 가지만 말씀드리는 거예요.>
왜 7년이 지난 후에 폭로했나?
KBS 제작진들은 “아무리 외딴 곳이라지만 분명 나머지 두 명의 신부와 다른 자원봉사자도 있는데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에 대한 김씨의 설명이다.
<그 고요한 수단에 그렇게 큰소리가 나면 제일 먼저 달려올 사람이 현지인, 와치맨(watch man-주)이라고 불렸던 직원이고, 현지인 직원이 그런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면 아마도 그 미션은 철수를 해야될 것 같았고. 사제라고 하는 사람들이 와서 그 나라에서 그런 일을 벌어지는 걸 만약에 목격을 한다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선교를 포기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그렇죠, 네.>
김씨는 “그 선교지(아프리카 수단)는 물론 그 사제가 초창기부터 엄청 고생하고 많은 일을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 사람 혼자서 이룬 선교지는 아니거든요. 어마어마한 신자들의 기도와 돈과 희생과 다른 사제 봉사자들의 노력이 있었는데. 제가 느끼기에는 나 하나 입 다물면 평화로운데 나 때문에 되게 힘든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혹시라도 제가 비난받을까봐 무서웠고, 그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고도 했다.
"(내가) 자책하며 남은 여생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김민경씨는 자신의 남편 덕분에, 그리고 자신의 딸을 위해서 카메라 앞에 섰다고 한다. 그는 “제가 언론에 제보를 했다는 얘기를 했을 때 교회 관계자들은 그러면 한국교회 전체가 큰 타격을 입을 텐데, 후원이 끊길 텐데, 그 미션을 철수해야 될 텐데 이런 것들을 걱정하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 미션이 철수하길 바라는 게 아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이렇게 모두가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제가 얘기하지 않으면 저는 아마 앞으로 평생 얘기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그때 좀 만만하게 보여서... ’내 탓이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그때 그러지 말았었어야 하는데...’ 이렇게 자책하면서 남은 여생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고.>
김씨는 “강도를 당했다고 해서 죽을 때까지 ‘그때 내가 문단속을 더 잘했어야 했는데’ 이러면서 그걸 죽을 때까지 갖고 살지 않지 않냐”며 “유독 성폭력 사건만 피해자가 그렇게 자책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는 너무 멀쩡히 하던 일 잘 하면서 살고 계신데 그 잘못된 문화를 바꿔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씨, 정의구현사제단 탈퇴
한편 지난 14일, 한씨에 대한 처벌 요구를 받은 천주교 수원교구는 진상조사 결과 피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나 한씨의 모든 직무를 정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씨는 23일부터 담당 성당의 주임 신부직을 잃게 되고, 미사 집전도 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수년 동안 천주교에서 정한 장소에서 회개의 시간을 가진 뒤 사제직 박탈 여부가 결정된다고 한다. 한씨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도 스스로 탈퇴했다.
김민경씨는 교구 내 성폭력 피해 전수 조사와 사제들에 대한 성폭력 예방교육을 요구했지만, 수원교구 측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KBS는 덧붙였다.
정리=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