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추문 사태에 '이중성' 엿보인 좌파 성향 단체들 : 월간조선

최근 일련의 성폭력 사건을 두고 단체들의 이중적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거 우파 성향 인사들의 ‘성 관련 의혹’과 비교하면 이들의 대응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작가회의는 시인 고은씨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성추문 논란이 발생한 지 1~2주일이 넘은 지난 2월 22일에야 “3월 10일 징계위원회를 열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윤리위원회에 성폭력을 비롯해 반사회적 일탈 행위를 한 회원에 대해 신속한 징계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씨의 경우, 이와 같은 조치가 발표된 후 작가회의를 탈퇴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유명무실한 대책이란 게 문학계 안팎의 설명이다.

작가회의는 비난 여론에도 고은 시인을 보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덕 조선일보 문화1부장은 23일 자 기명 칼럼을 통해 “일부 문인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고은 시인의 성추문을 시(詩)로 고발한 최영미 시인을 인신공격하는 '역풍'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보였다”고 주장했다. 김윤덕 부장은 “그러나 '고은 시인이 직접 사과하라'는 여론이 거세지자 고육지책을 내놓은 셈”이라고 했다.

작가회의의 전신은 '민족문학작가회의(민문)'다. '민문'은 2004년 '국가보안법 폐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국 작가대회' 2009년 '이명박 정부의 독재 회귀를 우려하는 문학인 시국선언' 2011년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릴레이 걷기' 등을 추진했었다.

우파 인사들의 성추문이 터지면 곧바로 규탄 성명을 발표하던 좌파 여성단체들도 도마에 올랐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21일 밤에야 연극연출가 이윤택의 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9일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검찰 내부 성추행 문제가 드러났을 때 하루 만인 30일 성명을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고은씨를 비롯해 오태석, 조민기씨의 사례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연의 이 같은 행보에 "여성 단체는 여성을 위한 단체냐, 이념을 위한 단체냐" "홍준표 대표 막말이나 돼지발정제 사건이 터졌을 땐 즉각 사퇴하라고 벌떼같이 몰려들더니 고은과 이윤택에겐 왜 침묵하나"라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중적 태도는 법조·교육 시민단체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서지현 검사의 폭로를 적극 지지했었다. 그러나 민변 소속 여성 변호사가 과거 성희롱당했을 때 선배였던,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현명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했다"고 폭로했지만 민변은 아직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서울예대, 청주대 교수로 재직한 오태석, 조민기씨의 성추문이 불거졌음에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측도 "입장 발표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민교협은 지난 12일 강명운 청암대 전 총장의 여교수 성추행 사건에선 피해 교수들을 복직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라는 촉구 집회를 연 바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이들 단체의 반응은 지금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여성단체의 경우 매우 적극적인 입장 표명을 해왔다.

2006년 2월 당시 최연희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 의원이 회식 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때 여연 등은 2월 27일부터 4월 5일까지 12건의 성명을 발표, 최 의원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한다. 여연 등 여성단체는 “이번 한나라당 최연희 사무총장의 기자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상층까지도 여성에 대한 성범죄가 얼마나 묵인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해 5월 여연 등은 당시 술자리에서 동석한 여성의 몸을 만진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을 비난하는 성명도 냈다. 2013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 방미 당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관련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도, 이들 여성단체는 윤 대변인 규탄 성명을 내는 데 앞장서기도 했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