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골든데이' 예상됐던 22일 쇼트트랙 '노골드' 원인은 : 월간조선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전부터 ‘금메달의 날(골든 데이)’로 불렸던 2월 22일. 남자 500m와 여자 1000m 그리고 남자 5000m 계주 결승이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펼쳐졌다.

쇼트트랙 일정의 마지막 날인데다 한국 선수들의 무더기 금메달도 기대되는 날이라 관중석은 빈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꽉 찼다. 톱스타 이병헌-이민정 부부 등 직접 관람에 나선 유명인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충돌하고 넘어지는 악재와 불운에 결과는 '노 골드'였다. 남자 500m에서 황대헌과 임효준이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는 것에 그쳤다.

특히 여자 1000m는 최민정과 심석희 쌍두마차가 결승에 진출하면서 동반 메달을 노렸다. 두 선수의 기량은 세계 정상급이었고 기대가 컸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가 나왔다. 마지막 한 바퀴가 남은 시점, 최민정이 스피드를 냈지만 3번째에 위치했던 심석희와 충돌하면서 둘 다 넘어졌다. 심석희는 경기 후 "레이스를 하는 도중에 마지막 스퍼트 구간이 겹치면서 충돌이 일어나 넘어졌다"면서 아쉬운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의 마지막 경기이자 동시에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일정 전체의 최종전이던 남자 5000m 계주 때도 한국은 불운에 땅을 쳤다. 초반부터 1, 2위를 유지하던 한국은 23바퀴를 남긴 시점에서 임효준이 중국을 추월하면서 1위로 올라섰는데, 이 순간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후속 주자가 이어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이 순간 선두그룹과 격차가 벌어졌다. 끝까지 최선을 다했으나 따라잡기는 워낙 격차가 컸다.

남자 쇼트트랙 계주 선수들이 22일 결과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선수들은 ‘골든데이 압박감’과 ‘집중 견제’에 무너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한국 쇼트트랙의 ‘참사’가 단지 선수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충돌과 넘어짐으로 좋지 않은 성적을 냈던 2010년 밴쿠버올림픽을 다시 보는 듯하다는 것이다.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은 2006년 토리노올림픽(금6 은3 동1)보다 한참 못 미치는 성적(금2 은4 동1)을 냈다. 여자는 쇼트트랙 출전 사상 처음으로 ‘노 골드’였다.

당시 남자 1500m에서 한국 선수끼리의 충돌이나 성시백이 500m에서 1등으로 달리다 결승선 직전 넘어진 것 등 불운이 겹쳤다. 여자 부문 금메달 4개는 중국이 독식했으며, 남자 부문에선 한국과 캐나다가 2개씩 나눠 가졌다. 중국과 캐나다, 미국의 기량이 예전보다 높아진 까닭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부진 원인 가운데 하나로 빙상계의 고질적인 한체대-비한체대 파벌 다툼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당시 빙상계는 비한체대파가 실권을 잡은 가운데 올림픽 쇼트트랙 대표선수 10명은 모두 비한체대 출신이었고, 토리노 3관왕이며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와 한체대 재학생이었던 유망주 정은주는 올림픽에 나가지 못했다. 여러 번의 선발전으로 출전선수를 가렸던 양궁협회 등과 달리 빙상연맹은 단 한 번의 선발전으로 올림픽 출전선수를 선발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여자 팀추월 경기의 ‘노선영 왕따사건’으로 빙상연맹이 공식 회견을 열고 감독과 선수가 사과했지만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안방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홈 팬들로부터 비난과 야유를 받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