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철 북한 대남 비서. 사진=KBS 화면 캡처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 대해 청와대는 '정상급' 의전을 선보였다. 너무 배려하다 보니, 과공(過恭)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9일 내려온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통일부 조명균 장관과 천해성 차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차관급) 등 3명을 영접자로 인천공항에 내보냈다. 외빈 공항 영접에 장관 1명과 차관급 2명이 동시에 나선 것은 의전 관례를 벗어난 일이다.
정부의 국가 의전 규범에 따르면 국가원수 또는 행정 수반의 '국빈 방문' 때는 '장관 또는 차관급 인사'가 공항에 가서 영접하도록 돼 있다. 이 경우에도 장차관이 동시에 나서는 일은 전례가 거의 없다.
정부 소식통은 "이번은 국빈 방문도 아니고 올림픽을 위해 외빈 수십 명이 한꺼번에 오는 행사다. 장차관 3명 영접은 과공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적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을 정도로 김여정을 배려했는데, 북한은 우리를 철저히 무시하는 모양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맞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파견한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22일 "북측은 오늘 오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왔다"고 했다.
통일부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폐회식 참가가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평화 정착 과정을 진전시켜 나가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며 “이러한 입장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남을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영철이 누구인가. 천안함 폭침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영철은 북한 군부 내에서도 '매파'로 꼽힌다. 그는 2010년 천안함 폭침뿐만이 아니라 같은 해 연평도 포격, 농협 전산망 공격(2011년), 비무장지대 지뢰 도발(2015년) 등 크고 작은 대남 도발과 위협을 기획·집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김영철에 대해 "교활하고 호전적인 인물"이라고 했다.
북한의 우리를 향한 평화 공세가 얼마나 진정성이 없는지를 잘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김영철은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 이후 우리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라며 "그가 남한에 오면 국제 대북 제재 공조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제재 대상 인사는 국내 금융거래가 금지된 것이지 국내 출입 제한을 받는 게 아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철은 2016년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무리하게 당 통일전선부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등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한 달 동안 혁명화 처벌을 받았는데, 복귀하면서 실적을 내겠다는 서약서를 쓰고 복귀했다고 한다.
혁명화 교육이란 잘못을 저지른 간부들을 지방 양계장 등으로 보내 고된 육체노동을 시키는 처벌이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영철은 김정은에게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대남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김영철의 오른팔인 남북 고위급 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방남했을 때 천안함 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김영철의 방남은 천안함 유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 아닐까.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