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총재 비서관에서 사업가, 체육인으로 변신한 이기흥 회장, 문재인 정부와도 밀접 : 월간조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자원봉사자에게 막말을 하는 등 이른바 ‘갑질 논란’으로 도마에 오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IOC 위원 물망에 오른 인물이다. 당시 이 회장 본인이 IOC 위원으로 셀프 추천해 논란을 빚기도 했었다.

"이 회장, 靑 연락받고 찾아가 IOC 위원 입후보 문제 논의"

지난해 7월 6일 한 매체는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미 지난 6월 초 이기흥 회장이 청와대의 연락을 받고 찾아가 IOC 위원 입후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회장의 ‘셀프 추천’ 논란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기흥 회장이 김성조 한체대 총장,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에게 NOC(National Olympic Committee·국내올림픽위원회, 대한체육회를 의미) 자격의 IOC 위원에 입후보할 것을 권했다. 이에 이들과 역대 대한체육회장 등이 이 회장의 입후보를 권했다. 결국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NOC 자격의 IOC 위원이 있어야겠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청와대의 이기흥 회장의 IOC 위원 지지는 지난 3일(6월 3일-주) 문재인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접견 때 확연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당시 바흐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를 마치고 귀국할 때까지 출국을 미루며 접견에 임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 이 회장을 IOC 위원으로 밀었나?

문 대통령은 30분간 단독 접견을 마친 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안민석 국회의원, 최문순 강원도지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등이 참석한 단체 접견에서 한국의 IOC 위원 추가 문제를 꺼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바흐 위원장에게 ‘현재 2명인 한국의 IOC 위원(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승민 IOC 선수위원) 수를 한국의 국제스포츠 기여도에 맞게 3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사실을 말했다고 한다. 바흐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IOC 내부 절차를 따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는 2017년 6월 8일 이사회를 열어 이기흥 회장에게 NOC 위원장 자격 IOC 위원 후보 추천 권한을 위임한다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해 8월 IOC로부터 위원 추천을 받지 못했다. 셀프 추천 논란에 대해 이 회장은 “사실은 많은 사람과 의논하고, 다른 사람에게 권유하는 등 절차를 다 거쳤다”는 입장을 보였다.

"'마당발' 이기흥 회장, 문 정부 출범에 기여"

이기흥 회장은 문재인 정부와 매우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17일 서울 소재 모 대학 체육과 교수 A씨는 ‘월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이기흥 회장이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것은 체육계에선 거의 다 아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A씨는 “이 회장은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지내는 등 말 그대로 '마당발'이다. 그 덕에 (이 회장이) IOC 위원 물망에 오른 것 같다”고도 했다. 이를 방증하는 보도도 있다. 지난해 6월 28일 자 ‘스포츠조선’은 “정관계에 ‘마당발’로 통하는 이 회장은 현 정부와 관계가 좋다”며 이렇게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 시절인 3월(2017년-주)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2000여 명의 체육인들이 결집한 대한민국체육인대회를 개최, 체육인들의 지지를 우회적으로 보여주기도 했다. 이 회장이 문 후보를 '그림자 수행'한 이 자리에는 문재인 캠프에서 문화예술교육특보단장로 일하던 도종환 신임 문체부 장관도 함께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5년째 활동해 온 도 장관은 대선 유세 기간 중인 4월 대전에서 열린 대한체육회 및 시·도(시·군·구)체육회 임직원 워크숍에도 참석해 체육정책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이 회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 비서관 출신... 사업가로 변신

이기흥 회장은 1985년부터 이민우 신민당 총재 비서관을 지냈고, 1989년 레미콘 제조업체인 ㈜우성산업개발을 설립한 사업가 출신이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당시 골재로 돈을 벌었는데, 특히 영종도 인천공항을 건설할 때 제법 큰돈을 만졌다고 한다. 또 이때 번 돈으로 경기도 하남시 인근에 넓은 땅을 사놨는데, 몇 년 후 이곳이 택지로 개발되면서 수천억 원의 자산가가 됐다고 한다.

사업으로 성공한 이 회장은 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역임)와 체육계로 눈을 돌렸다. 2000년 대한근대5종연맹 부회장을 맡으면서 체육계와 인연을 맺었고, 2010년에는 수영연맹 회장을 맡았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은 선수단장을 맡았다. 2016년 10월 통합대한체육회장으로 당선됐다.

수영연맹회장 시절에도 잡음 들려와

그가 몸담은 체육계에서도 일부 잡음이 들려왔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이 회장과 함께 출마했던 장정수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운영위원이 선거인 명부 부실을 이유로 법원에 당선무효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이 회장이 승소해, 임기를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수영연맹회장 시절인 2012년 수영연맹과 갈등을 빚던 박태환의 런던올림픽 포상금 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뒤 이를 지급해 비판을 받았다. 수영연맹이 일부 임원의 비리와 재정 악화로 관리단체로 지정돼 회장에서 사퇴하는 과정에서 수영연맹을 부실단체로 만들었다는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관급공사 수주 청탁 혐의로 불구속

이기흥 회장은 2005년 건설업체로부터 관급공사 수주 청탁 명목으로 수억 원의 금품을 받고,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이 전 회장은 2000년에서 2003년 사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에게 부탁해 건설공사를 따주겠다”며 2개 건설업체로부터 71억여 원을 받고, 회사자금 57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았다.

이 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2007년 8월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그해 12월 갑자기 상고를 포기하며 형이 확정됐다. 그리고 6일 만에 법무부의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돼 사면 복권됐다.

'갑질 논란'에 대해 체육회 '좌석 무단 점거는 오해'

A씨는 다만 “이번에 불거진 자원봉사자 ‘갑질 논란’은 전후 맥락을 좀 더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재의 보도로만 봐선 누구에게 잘못이 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기흥 회장의 AD(Accreditation·승인)카드는 문제가 된 올림픽 패밀리(OF)석에 앉을 권한이 있는 카드”라며 이 회장이 무단으로 OF석을 점거했다는 건 ‘오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약석 표시도 없어서 이기흥 회장이 그 자리에 앉은 것인데, 자원봉사자가 와서 일어나라고 하니 이기흥 회장이 ‘개최국 위원장인데 우리도 앉을 수 있다. 바흐 위원장이 오면 만나고 가겠다’라고 말한 부분이 확대 해석됐다”고 주장했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