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조선일보
이른바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한 단일팀이 마지막 경기를 치른 14일 강원도 강릉시 관동 하키센터에 북한 김정은 분장을 한 호주인이 등장해 북한 응원단을 당황하게 했다. 자신을 ‘호주에서 온 하워드’라고 소개한 이 남성은 남북한 단일팀과 일본팀의 경기 도중 김정은 옷과 유사한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올백’ 머리를 한 채 북한 응원단 앞에 섰다. 그의 손엔 정체불명의 ‘한반도기’가 들려 있었다.
김정은을 흉내 낸 하워드는 한반도기를 흔들면서 북한 응원단을 향해 활짝 웃었다. 다른 관중은 하워드의 행동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지만, 북한 응원단은 별안간 등장한 자신들의 ‘최고 존엄’의 모습에 당혹스러워했다. 일부는 눈을 옆으로 돌리며 주위의 반응을 관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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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으로 분장하고 나타난 하워드의 모습에 북한 응원단은 당황했다. 사진=조선일보 |
하워드는 이후 호주 '채널7'의 토크쇼 ‘선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분장을 하고 경기장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 “북한이 (아이스하키) 경기에 갑자기 끼어드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끔찍한 정권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상기시켜야 한다”며 “나는 호주인으로서 그들을 쫓아낼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의 응원단 여성들은 매우 아름다웠다”면서도 “그러나 자유의 나라 한국에 왔음에도 그들은 계속 감시를 받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짜 한국을 보지 못한 그들에게 최고 지도자로 분장해 나타나 반응을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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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워드가 2013년 12월 15일 홍콩 주재 북한 영사관 앞에서 홍콩 내 탈북자 인권단체가 주최한 인권 개선 시위에 참여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전단을 들고 서 있다. 사진=뉴시스 |
그러나 하워드는 ‘자유의 나라’라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박탈당했다. 경기 진행을 방해하지도 않았고 북한 응원단에게 위해를 가한 적도 없지만, 하워드는 경기 진행 요원들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끌려나왔다. 김정은 분장을 하고 북한 응원단 앞을 걸으면서 손을 흔들었을 뿐인데도 퇴장당했다. 어느새 북한 김정은이 대한민국의 ‘최고 존엄’이 된 것일까. 아니면 정말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이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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