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닦던 수세미로 컵 청소' 문제 된 호텔들, 어떻게 바뀌었나? : 월간조선

최근 서울시내 특급 호텔들의 비위생적인 관리 실태가 보도되자 문제가 된 호텔들이 위생 매뉴얼을 바꾸는 등의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조선닷컴’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됐던 한 호텔은 최근 화장실 청소 전담 인력과 중앙세척실 인력을 추가 고용했다고 한다. 이 호텔은 변기를 청소하던 수세미로 객실 물컵을 닦아 문제가 됐다. 이후 화장실 청소 인력을 변기 담당과 욕실 담당으로 다시 나눠 청소도구가 겹치지 않도록 새 매뉴얼을 마련했다. 물컵은 중앙세척실에서 일괄 관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고 한다.

이 호텔은 또 객실마다 살균소독기도 갖출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13일 객실 절반에 비치했고, 나머지 절반은 설 이후 비치하기로 했다. 그전에는 일회용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정기 위생검사 결과는 공식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방침이다.

문제가 됐던 또 다른 호텔은 침실 청소, 침구 정리, 화장실 청소 인력을 각각 따로 배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화장실 청소를 했던 직원이 침구 등을 만지지 않도록 했다. 이 호텔 관계자는 “위생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가장 효율적인 매뉴얼을 준비 중”이라고 ‘조선닷컴’에 말했다.

기존 투입되던 청소 직원 한 명 이외에 식기 세척 전문 인력과 객실 내 비품을 수거해 옮기는 인력을 마련한 호텔도 있다고 한다. 이 호텔은 직원 정기 교육도 월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위생 상태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계획이다.

출처=조선DB

이번에 제기된 특급 호텔 위생 문제가 직원 개인의 직업 윤리 소홀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자 호텔들은 청소 직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위생 매뉴얼을 더 촘촘히 마련하겠다는 의미다. 한 호텔 관계자는 “수건 등 매번 세척이 필요한 비품은 전량 수거해 중앙세척센터에서 작업 후 올려 보내고 있다"며 "특히 물컵은 세척 후 밀봉해서 비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문제가 된 호텔 외에 다른 곳도 위생 매뉴얼을 바꾸고 있다고 한다. ‘조선닷컴’은 서울 시내 특급 호텔 10곳을 접촉한 결과, 9곳에서 매뉴얼을 재정비하거나 인력·장비 등을 보강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TV조선’의 시사 프로그램 'CSI: 소비자탐사대'는 서울 시내 5성급 호텔 세 곳의 객실 청소 실태를 보도했다. 하루 숙박비가 1인당 최소 20만~30만 원인 이들 호텔에서 이틀간 머물며 카메라에 담은 모습은 특급 호텔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였다고 한다.

청소 직원은 수세미를 변기 물에 적셔 변기를 닦고, 그 수세미를 물에 헹구지도 않고 객실에 비치된 물컵을 씻는 데 사용했다. 한 호텔의 직원은 카트에서 이미 사용한 듯한 수건을 꺼내 화장실 세면대와 욕조를 닦았다. 같은 수건으로 변기 안과 화장실 바닥까지 닦은 뒤 청소를 끝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실태가 드러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부 차원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국 호텔 및 기타 숙박 업소의 위생실태를 점검해야 한다’ ‘변기물에 컵 세척했다는 호텔을 공개하라’ ‘특급 호텔 포함 각 숙박업소의 위생상태를 철저하게 관리 감독 처벌하라’ 등의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