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와 임은정 검사의 성폭력 피해 사건이 충격을 가져온 가운데 과거 검찰 내부 성범죄 관련 사건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검찰은 성범죄자 집단인가”라는 비난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이 내부자들의 성범죄 사실을 인지하고도 이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난받고 있다.
현직 검사 잇달아 폭로
지난달 말 서지현 검사가 8년 전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공개한 데 이어 임은정 검사는 최근 15년 전 경주지청에서 재직할 당시 부장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임 검사는 “A 부장은 술을 많이 마신 저를 따로 챙겨 택시를 같이 타 집까지 쫓아왔다”며 A 부장이 집까지 들어오고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는 등의 성폭력을 저질러 당시 지청장에게까지 찾아가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임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서 검사의 피해 사실에 대해 탐문했던 자신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러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 검사는 검찰 내부에서 성추행 사실을 밝히면 꽃뱀이라는 비난을 받고, 내부적으로 비밀리에 덮어진다고 폭로했다. 그는 “(문제 제기하는)여검사들에게 남자 검사들 발목잡는 꽃뱀이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들었다”며 “(검찰 내)성추행·성희롱뿐만 아니라 성폭행도 이뤄진 적이 있으나 전부 비밀리에 덮었다”고 털어놨다.
거의 매년 여검사 성추행사건
검찰 내에서 남성 선배 혹은 간부가 여성인 후배검사를 성추행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이후부터 잊을 만하면 후배검사 성추행 사건이 불거져 논란을 빚었다.
2017년 8월 법무부는 후배 여성검사와 여직원 등을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서부지검 K모 부장검사를 면직처분했다. 검찰 내부조사 결과 K부장검사는 저녁식사 자리를 친 후 후배 여검사의 손을 잡는 등 성추행을 하고 따로 은밀한 만남을 갖자는 문자메시지를 수시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검찰 내 사무직 여직원에게도 같은 내용의 제안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5년에는 서울북부지검의 한 부장검사가 회식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껴안았다가 징계를 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현장에 있었던 다른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론화 됐다.
부장검사 여검사 강제추행건 다수
2014년에는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 모 검사가 검사 직무대리 실무수습 중인 여성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동료 여검사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의 성추행으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11년에는 현장 실무교육 중이던 여성 사법연수생을 성추행한 검사들이 대거 징계를 받기도 했다. 2011년 1월 광주지검 장흥지청 소속의 검사는 검사직무대리 실무수습 중인 여성 사법연수생과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면서 강제로 입을 맞췄다는 사실이 드러나 면직처분을 받았다.
그해 6월에는 청주지검 소속의 모 부장검사 역시 실무수습 중인 사법연수생의 손을 잡아 끌면서 “블루스를 추자”고 했다가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2010년 10월에는 검찰 내 교육기관인 법무연수원에서도 교수인 모 부장검사가 회식자리에서 신임검사 연수를 받고 있던 후배검사에게 몸을 밀착시키고 폭탄주를 마시면서 “우리 뽀뽀하자”고 하는 등 성추행으로 징계를 받았다.
현직 검사장 길거리에서 음란행위까지
이 밖에 2012년에는 서울남부지검 소속 현직 부장검사가 출입기자단과 회식을 하는 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파문이 일었고, 2014년에는 서울중앙지검 이진한 2차장 검사가 여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또, 2012년 12월 자신이 담당한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전 모 검사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2014년 8월에는 당시 제주지검장이던 김수창 검사장이 공개된 장소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적발돼 사직서를 냈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 2013년 벤츠여검사도 성추문의 범주에 포함된다.
법조계에서는 과거 접대관행에서 시작된 술자리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성추행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전직 검사는 “권위주의와 위계질서가 지나치게 강한 조직이어서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알리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후배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지 않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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