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재준 전 국정원장. 사진=조선DB
24일 남재준(74)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수사 방해’ 1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이날 오전 10시 남재준 전 원장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검찰의 공소사실 설명과 이에 대한 피고인 측의 입장 등을 정리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공판이 아니라 피고인 출석이 의무는 아니다.
남 전 원장은 구속된 원세훈(67) 전 국정원장 댓글 공작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3년 4월, 검찰 압수수색을 교란시키기 위해 ‘가짜 사무실’을 만들어 허위 증거 등을 꾸민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정원은 '현안 TF'라는 이름의 팀까지 따로 꾸린 뒤 검찰 수사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현안태스크포스(TF)로 활동하던 김진홍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구속)과 문정욱 전 국익정보국장(구속)은 2013년 4월 국정원 댓글 공작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윤석열 수사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검찰의 압수수색을 대비해 가짜(위장) 사무실을 마련했다고 한다. 이들 국정원 간부들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증거 삭제를 종용하거나 허위 내용을 암기해 거짓 진술을 하도록 한 혐의(국정원법 위반 등)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검찰이 확보한 국정원 현안TF의 ‘압수수색 대응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국정원 측은 검찰 수사팀이 들이닥치기 이틀 전인 4월 28일 내부 회의를 통해 계획을 세우고 이튿날인 29일 해당 사무실에 책상과 컴퓨터, 가짜 서류 등을 비치해 놓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보고서에는 또 사무실 변경 도면까지 상세히 그려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응 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은 그대로 실현됐다. 국정원 개혁위 산하 적폐청산 TF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기존 사무실을 나눠 칸막이를 설치하고 언론에 공개된 국정원 심리전단팀 중 일부만 노출하는 식으로 검찰 수사에 대비했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외형적으로는 (압수수색 대비를) 김진홍 심리전단장이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찰실장이 주도한다”고 나와 있다. 당시 감찰실장은 바로 장호중 전 부산지검장(구속)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버 기록물 대응 방법까지 세세하게 기재해 검찰이 조금이라도 문제될 만한 자료에 접근할 수 없도록 대비했다고 한다. 《월간중앙》 보도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준비가 끝나자 서천호(구속) 당시 국정원 2차장 등 핵심 간부들이 최종 점검까지 했다. 적폐청산 TF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가짜 사무실을 둘러보면서 사전 리허설을 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국정원 측의 이 같은 대응을 당시 윤석열 수사팀은 사전에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대응 보고서와 적폐청산 TF로부터 넘겨받은 관련 자료를 들이대며 장 전 지검장을 추궁했다고 한다. 장 전 지검장은 “(가짜 사무실을) 하루 만에 뚝딱 만들었다”며 대체로 관련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장 전 지검장을 포함해 당시 국정원에 파견 나온 검사들도 사전에 이를 알고 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이 모든 과정이 남 전 원장의 지시 하에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한편, 장호중 감찰실장 뿐 아니라 이제영 파견검사(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 등과 고 모 전 국정원 국장도 현재 구속된 상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