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은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살인자, 폭군"이라고 했다 : 월간조선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17일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다”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원수를 갚기 위한 정치보복이 절대 아니란 이야기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정치보복'이란 의심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라디오에서 “현 여권의 요직을 차지한 여러 인사들이 반(半) 공개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원수를 갚겠다는 말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든 수사가 최종 목표 지점이 이 전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시계추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23일로 돌려보자.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검찰과 현 정권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냐. 검찰 수사라는 것은 전직 대통령이든 시민이든 인권보호라는 기초적인 전제 아래 이뤄지는 것인데 검찰은 의혹을 사실인 양 언론에 흘리고 무책임한 수사를 벌였다.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고, 시정잡배로 만들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모욕한 것이다."

이날 '리틀 노무현'으로 각광받았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가 너무 잔인하다"고 비난했다. 김 전 장관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초선 경기 김포시 갑)이다. 2014년 '연고가 없는' 김포의 보궐선거에 나와 낙선한 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2009년 5월 29일 노 전 대통령 연결식에서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백원우 현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헌화를 하려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 내외를 향해 “야 이명박, 살인자는 사죄하라. 정치보복 사죄하라. 어디서 분향을 해”라고 소리쳤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25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백 전 의원을 임명했다. 백 비서관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일했다. 2004년 총선 때 국회의원에 당선됐고 2008년 재선에 성공했지만, 2012년과 2016년 총선에서는 낙선했다.

백 비서관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적폐청산의 최고 정점에는 백모 비서관이 있다, 내 그런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어요. 지금 서울중앙지검장이 벼락출세를 해가지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말만 듣는다는 소리를 여러 사람으로부터 들었어요."

백 비서관이 이 대통령 내외를 향해 살인자라고 소리쳤을 때 장례집행위원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조문 오신 분에게 예의가 아니게 됐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 자신의 진심을 밝혔다.

“정치보복의 시작은 참여정부 사람들에 대한 치졸한 뒷조사였다. 본인들에게서 흠이 잡히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들이거나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전 대통령은 '나하고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많은 기업이 모두 세무조사를 받았다. 심지어 내가 자주 가던 식당도 세무조사를 당했다'고 했다. 그 모든 조사의 최종 표적은 노무현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을 자처했던 유시민 작가는 2009년 10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을 폭군이라고 표현하며 독설을 쏟아냈다.

그는 이날 양산에서 열린 민주당 송인배 후보 지지 긴급 기자회견에서, "나는 당적이 없는 사람이지만 노무현 대통령의 제사를 모시는 심정으로 왔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1년 만에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군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작가가 지지를 호소한 송인배 후보는 현재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다.

실세 ‘왕(王) 행정관’으로 불리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2급)은 성공회대 겸임교수 시절 여러 차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던 인기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기획자로 활동했다.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콘서트를 기획하며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인연을 맺은 탁 행정관은 2011년 문 대통령을 대선 후보로 띄운 자서전 '운명'의 북 콘서트를 기획했다. 연예계 인맥을 동원해 지난 두 번의 대선 유세와 정치 이벤트 기획을 맡았던 탁 행정관은 2016년 초 문 대통령, 양 전 비서관과 함께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왔다.

글=최우석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