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조선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김권찬(69)씨가 이번 문재인 정부의 용산 참사 관련자 복권 결정에 대해 심경을 토로했다.

김씨의 막내아들은 2009년 용산 참사 당시 경찰특공대 소속이었던 고(故) 김남훈(당시 31세) 경사로, 농성 중인 철거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투입됐다가 화마(火魔)에 휩싸여 사망했다.

해당 인터뷰에서 김씨는 "이번 특별사면으로 내 아들은 '가해자 없는 죽음'을 당한 꼴이 됐다"며 참담한 심경을 내비쳤다.

그는 "이미 감옥에서 나온 사람들에 대해 전과까지 없애주는 것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며 "법치국가에서 경찰에게 벽돌과 화염병을 던져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들에게 어떻게 완전한 면죄부를 줄 수 있느냐"고 억울해했다.

이번에 단행된 현 정권의 첫 특별사면 대상에는 용산 화재 참사 당시 형사 처벌을 받은 철거민 25명이 포함됐다. 이 중 현재까지 감옥에 있는 사람은 없다. 이번 사면은 이들의 전과 기록을 없애고 복권시켜 준 것이다.

김씨는 "정부가 불법 시위에 이렇게 관대하면 제2의 용산 화재 참사가 또다시 발생해 내 아들 같은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죄를 저지르고도 손쉽게 사면되고 명예까지 회복된다면 앞으로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씨는 이날 발표된 용산 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논평을 읽고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김씨는 "논평에 '용산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내용이 있던데 왜 내 아들의 죽음은 그 '진실'에서 빠져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씨의 아내는 막내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부터 건강이 나빠져 지금까지 세 차례 수술을 받았고, 현재도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김씨는 "아내에게 용산 참사 철거민의 특별사면 소식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며 "병상의 아내가 언젠가 사면 소식을 들을 걸 생각하면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괴롭다"고 탄식했다.

월간조선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