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이른바 '중도통합' 여부를 놓고 각 당의 논쟁이 치열하다. 특히 호남을 주요 지지 기반으로 두고 있는 국민의당의 경우 보수파인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당내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계는 정체성 문제를 지적하며 자강을 주장하는 반면 안철수 대표는 재신임 투표까지 내걸며 통합을 고수해 내홍이 일고 있다.
     
혼란한 와중에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통합 문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의 역할론을 강조한다. 현재까지는 통합파, 자강파 모두 손 고문의 정치적 경륜과 중량감을 믿고 속내를 털어놓는 모양새다.
      
21일 두 달여간의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손 고문은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해야 할 소임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당을 살리기 위해 나의 마지막 티끌 같은 힘이나마 보태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중도 통합과 관련 “이 통합은 결코 보수 통합이 돼선 안 된다”면서 “좌우와 동서를 넘어서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내는 개혁적인 중도 통합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손 고문은 또 “현 시점에서 나라의 안정과 통합, 번영을 위한 국민의당의 역사적 책무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연합정치를 제도화하는 것”이라면서 “제7공화국 건설에 중도 통합 세력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천명했다.
 
양당 통합 후 비대위원장으로 지도부 나설까
  
일각에서는 양당 통합 후 안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날 경우 손 고문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신당(新黨)의 행로를 정할 것이라는 말들도 나온다. 국민의당 내에서 신망이 높고 바른정당도 큰 거부감이 없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시나리오다.
  
관건은 호남계를 주축으로 한 자강파의 입장을 어떻게 수습하고 무마하느냐일 것이다. 이 점을 인지한 듯 손 고문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21일 귀국하자마자 박지원 전 대표와 회동하는 등 자강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날에는 통합을 주창한 안 대표와 회동했다. 1시간 정도 진행된 비공개 회동에서 안 대표는 손 고문에게 “당이 잘돼야 한다. 당 화합을 위해 역할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손 고문은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다”며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고문은 조만간 천정배, 정동영 의원 등 나머지 자강파 세력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의 회동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한편 양당 통합파는 이달 말일 안 대표가 전 당원 투표에서 재신임을 받으면, 내년 1월 초 안 대표와 유 대표가 함께 통합을 공식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행로에 손 고문이 어떤 핵심적 역할을 할지 야당 정치권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글=신승민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