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과 신생아 유가족 측 간담회 '파행' : 월간조선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과 관련해 유족과 병원 간의 면담이 성사됐지만 고성과 함께 20여 분 만에 파행되었다.

20일 ‘뉴스1’ 등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서울 양천구 이대목동병원 2층 대회의실에서 ‘유가족-병원’ 간담회가 열렸다고 한다. ‘사망 신생아 유가족’ 측은 "병원이 먼저 유가족에게 간담회를 제의하고도 유가족의 질문을 무시하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유족 조모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부모들은 아기들이 숨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줄 것과 당시 중환자실 의료책임자와 언론브리핑 책임자가 참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둘다 이뤄지지 않았다”며 “병원 측의 불성실하고 부실한 준비로 면담이 파행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당초 병원 측에 간담회와 관련해 ▲사망한 신생아를 치료한 의료진 참석 ▲지난 17일 언론브리핑을 결정한 병원 홍보실장 참석 ▲지난 15일부터 16일 신생아 사망시점까지의 일체 진료자료 공개 등을 요구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간담회에는 일반 홍보팀 직원만 배석했고, 홍보실장은 아무런 답변 없이 ‘진료를 봐야 한다’며 퇴장했으며, 유가족이 요구했던 진료기록은 단 세 줄만 제공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대목동병원 측은 “신생아가 사망한 후 첫 유가족 간담회인 만큼 가족들이 감정적으로 격앙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유가족과 간담회 일정을 잡던 시점에 병원 홍보실장이 배석해달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병원 측은, 당시 신생아를 치료한 것으로 알려진 심모 교수가 간담회에 배석하지 않은 점을 유가족 측이 문제 삼자 “담당 주치의는 심 교수가 아닌 조모 교수”라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이 심 교수가 현장에 있어 담당 의료진으로 판단한 것 같다는 게 병원 측의 설명이다. 병원 관계자는 “몇 차례의 추가 간담회가 이어질 것이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7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연이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후 9시30분경부터 오후 10시53분경까지, 약 1시간 반 사이에 신생아중환자실(집중치료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사망했다고 전했다. 당시 경찰은 “(병원) 중환자실이다. 아이가 2명 이상 죽었다”는 등 환자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112 신고를 받고 수사에 돌입했다고 한다.

경찰은 현장에 즉시 도착했으나 외관상 특별한 원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 측도 사고 당시 의료진이 인원 배치 등 평소와 똑같이 일하고 있었으며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보건당국은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이 '그람 음성균' 중 하나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18일 질병관리본부는 신생아 3명이 사망한 당일 시행한 혈액배양검사에서 세균 감염이 의심된다고 밝혔다. 나머지 1명의 신생아는 검사를 할 만한 증상이 없어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균종이 그람 음성균에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람 음성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신생아의 사망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사전 정의에 따르면 그람 음성군은 세균을 '그람 염색'했을 때 2차 염색된 색소에 의해 적색을 보이는 특정 세균을 뜻한다. 여기서 그람 염색이란 1884년 덴마크 의사 그람이 고안한 특수 염색법으로 세균을 발견·분류하는 데 사용된다.

글=조성호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