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진출에 성공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12월 초,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한남더힐’로 숙소를 옮겼다. 연예계 관계자는 “아파트를 매입한 것은 아니고 일정 기간 계약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생활할 것”이라며 “사생활 보호와 조망이 좋은 것이 숙소를 옮긴 이유”라고 전했다.
‘한남더힐’은 서울에서 최고급 주택단지로 불린다. 서울시 용산구의 옛 단국대학교 부지에 건설됐는데, 11만1511㎡의 대지 면적에 가수 수는 600채(32개동) 뿐이다. 26평형(133가구), 65평형(36가구), 74평형(131가구), 85평형(204가구), 81~91평형(60가구), 100평형(36가구)다. 아파트 시공은 금호건설, 시행은 한스자람이 맡았다.
아파트 단지 내에는 고급 피트니스클럽과 실내외 골프장, 수영장이 있다. 아파트 단지안에 24시간 간호사가 상주하고, 전체 아파트 부지의 36%가 조경으로 꾸며졌다. 광장, 생태연못 등 30여개 테마를 가진 미니 공원이 있다. 이곳 거주자에 따르면, 넓은 부지위에 적은 세대수가 생활하다보니 같은 아파트에 살더라도 서로 부딪힐 일이 많지 않다고 한다. 입주민들이 이 곳을 가장 좋아하는 점 중 하나는 접근성이다. 강북 ,강남, 여의도 모두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한남더힐은 ‘모델하우스’를 공개할 때부터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시행사가 ‘모델하우스 구경 사전 예약제’를 실시해 아무나 모델하우스에 들러 집 구경을 할 수 없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는 이곳을 '임대'했지만, 아파트의 매입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작은 평수인 26평이 평당 3000만원 선에서 분양됐다. 2016년에는 74평 짜리 아파트가 82억원에 거래됐다. 평당 매매가가 무려 7800만원.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가운데 매매가 최상위 10위권은 모두 이 곳이었다. 첫 입주는 2011년 1월이었는데, 재벌 3세, 건설회사 사장, 병원장 등의 입주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올랐다. 현재 이 곳에 거주 중인 연예인은 가수 이승철과 배우 안성기, 한효주 등으로 알려져있다.
서울의 최고 부촌 아파트였지만, 뜻밖에도 이 곳은 입주민과 시행사 간 법적 공방이 있었다. 시행사는 이 아파트를 처음부터 분양하지 않고 ‘민간임대주택’이라는 제도를 앞세웠다. 일정 금액의 돈을 시행사 측에 지불하고 일단 아파트에 살아본 뒤, 임대 기간이 끝나면 시행사 측으로부터 아파트를 사든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든지 하는 방식이었다.
임대 기간(5년)을 절반을 넘기던 2013년 7월에 아파트 분양대책위원회와 시행사 사이에 분양 얘기가 나왔다. 양측은 감정평가기관에 아파트 가격에 대한 평가를 맡겼는데, 입주민과 시행사가 평가한 적정 아파트 가격이 극과 극이었다. 당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74평 아파트에 대해 세입자측은 28억원, 시행사는 57억원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아파트의 적정 가격을 둘러싸고 입주민과 시행가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이후 ‘한남더힐’ 입주민 일부는 ‘법원이 분양전환 가격을 결정해달라’며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 1년 8개월 간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법원은 2017년 9월, “법원이 개입해 당사자 사이에 체결된 특약사항의 해석의 범위를 넘어 판결로써 분양전환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며 기각 판결했다.
어쨌든 이번 ‘방탄소년단’의 입주를 계기로 한남더힐이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가 발표한 ‘2017 올해의 톱 아티스트’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주목받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글=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