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뉴시스
검찰 해체를 앞두고 29일 수도권에 근무하는 현직 검찰수사관이 검찰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청을 없애는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을 향해 "대한민국 국민은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가"라고 절규했다.
A 수사관은 이날 "저는 제 회사가 그래도 좋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이프로스에 올렸다. A수사관 글 일부를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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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O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검찰수사관으로서 실무수습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제 아버지는 노무현 대통령을 너무나 좋아하는 분이셨고, 매일 저녁 뉴스를 보며 검찰과 검사를 욕하는 분이셨지만 당신의 둘째딸이 검찰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해 매우 자랑스러워하셨습니다.
- 하지만 OO살의 저는 매일 아침 출근해야하는 이 회사가 정말 싫었습니다. 군대보다 딱딱한 조직 분위기, 숨 막힐듯 조용한 사무실, 시시때때로 찾아와서 행패를 부리는 악성 민원인들, 매일같이 범죄자들에게 쌍욕을 먹으며 '도대체 내가 왜 이곳에 제발로 들어왔을까.' 생각했습니다.
- 그때부터 저는 제가 이곳에 있어야하는 이유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찾는 방법은 정말 쉬웠습니다. 제 자리에 앉아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전재산이 29만원뿐인 전두환의 추징금을 시효가 완성되기 전에 받아내기 위해 쉬지않고 일하는 선배들,
조세범, 음주운전범, 성매매범 등 고액 벌금, 고액 추징금을 내지않고 장기간 숨어있는 벌과금 미납자들을 잡기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출장을 나간 후 돌아오지 못하고있는 선배들,
절도, 폭행 등으로 나온 벌금들을 절대 못 내겠다는 범죄자들에게 나를 범죄자 취급하지말라는 말과 함께 욕설을 들으며 최대한 불편한 감정없이 친절히 벌금 납부 안내를 해내야하는 동료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이 회사에서 1년만 버텨보자고 생각했습니다.
- 그렇게 검찰 조직의 구성원으로 일한지 7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청주지검에서는 극악무도한 살인자 고유정을 겪었고, 대검 대변인실에서는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을 겪었고, 서울서부지검에서는 이태원 사고를 겪었습니다. 누군가는 배부른 소리라 하겠지만 월급 200여만원을 받으며 대한민국 공무원으로 일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습니다.
- 매일 출근을 하며 만나는 나의 동기들, 선배님들, 후배님들, 검사님들, 실무관님들, 행정관님들 등 대부분의 검찰 구성원들이 대한민국의 공무원으로서 맡은 일을 열심히, 묵묵히 하고 계신다는 것이 참 슬펐고 씁쓸했습니다. 특정 뉴스와 특정 정치인들은 매일같이 검찰은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고있는 '적', '범죄집단'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제가 일하고있는 회사는 대한민국을 망하게 하는 '적'이나 '범죄집단'이 아닙니다. 어떠한 정부도, 어떠한 정치인도, 어떠한 퇴직한 검사들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희 회사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대한민국 검찰은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을 준수하며 대한민국의 범죄율이 낮아져 검찰 구성원 모두가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행복한 가정으로 칼퇴하길 바라는 회사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만, 이 회사에서 일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고 개인의 야욕과 목적을 드러내는 일부 구성원들로 인해 검찰이라는 조직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입었고, 오해를 받았고, 범죄집단이 되었으며 결국 해체가 되었습니다.
- 검찰 구성원으로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저희 회사에 대해 느꼈을 피로감, 분노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하지만 결국 검찰청은 해체가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투표권을 가진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서, 검찰을 해체시킨 국회의원님들께 질의합니다.
1년 뒤, 2026년 9월.
검찰청이 사라지고 중수청과 공소청이 생긴다면
"첫번째.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말
살인, 보이스피싱, 마약, 음주운전, 상해, 폭행, 스토킹, 강간, 강제추행, 명예훼손, 사기, 아동학대 등 형법 및 특별법들에 규정된 범죄들로부터
현재보다 더욱 보호받을 수 있습니까?"
"두번째.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은 현재보다 더욱 정확하고 신속한 수사를 받고 법원의 판결 후 엄중한 형집행을 받을 수 있습니까?"
검찰조직이 범죄집단이라는 이유로 검찰청을 해체시킨 국회의원님들께서는
이 두가지의 질문에 명확하고 확실한 근거와 함께
답변해주시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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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노만석 검찰총장 대행은 이날 오전 검찰 구성원에게 서신을 보내 "무엇보다 우리 검찰 구성원들이 느꼈을 당혹감, 허탈감, 억울함과 우려를 떠올리면 여러분들에게 면목이 없고 죄송하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행은 "그동안 지키고자 했던 가치와 노력, 가족들도 살뜰히 돌보지 못한 채 밤잠을 설쳐가며 애쓴 날들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먀 "그러나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민을 권리를 지키고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은 변해서도 안 되고, 변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노 대행은 중수청 신설로 인한 수사관들의 처우 변화 우려에 대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구성되는 범정부 검찰개혁추진단에서 논의 예정"이라며 "일선 의견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