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과거 의대 폐과 논의 당시 ‘서남대 정상화’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대학은 이후 2018년 폐교됐으며, 현재 정부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후보지로 해당 부지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 설립 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면서 공공의료 인력 확충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국가가 직접 의사를 양성해 필요한 곳에 배치하는 구조를 제시했지만, 지역과 의료계는 각각 다른 이유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설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2030년 개교를 목표로 구체적인 설립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현재까지는 서울과 전북 남원에 이원화된 캠퍼스를 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서울은 교육과 연구 중심, 남원은 임상 실습과 지역 의료 연계 기능을 맡는 구조다.
남원이 후보지로 거론되는 데에는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 부지 활용 가능성이 작용하고 있다. 기존 의대 정원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정책 추진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대학병원, 교수진, 임상 교육 체계 등 핵심 인프라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앞서 지난 3월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의대를 만들어 운영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서남대 의대가 폐교된 이후 전라권에서 의대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오니 임시방편적으로 땜질하듯 국립의대를 만들면 되느냐"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은 "전라북도 등 특정 지역을 위한 제도가 아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심으로 중앙 실습 병원을 두고 지방캠퍼스 개념을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현재 재활, 감염, 소방, 정신 등 공공의료 분야 의사 확보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2018년 2월 폐교 이후 서남대 캠퍼스는 장기간 방치되면서 운동장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는 등 시설 활용이 중단된 상태다. 정부는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후보지로 이 부지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립의전원은 연간 약 100명을 선발해 학비를 전액 지원하고, 졸업 후 15년간 공공의료 분야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한다. 졸업생들은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정신건강센터, 산재병원, 소방병원, 경찰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공공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시장에 맡겨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중규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정부 정책 필요성에 따라) 배치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업무 지속성이 중요하다”며 “정책적으로 필요한 역학조사관, 법의학자, 지역정신보건센터 등에서도 활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본인이 원하는 분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필요한 분야에 따라 수련시키고 졸업 후 해당 분야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립의전원 정원 규모와 설치 지역 등 세부 사항은 법안 통과 이후 추진단 논의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의료계는 법안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직업 수행의 자유 침해 ▲의학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 훼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의협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과도한 제한”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한 “공공의료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료 인력을 강제 복무 대상으로 삼는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며 “합리적인 보상과 근무 여건 개선,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협신문 2026년 1월 16일 자)
지역의 반응도 엇갈린다. 경북과 경남 등 의료 취약지역은 의사 배치가 아니라 지역 내 의대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지역에서 직접 인력을 양성해야 장기 정착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국립의전원은 특정 지역에 의대를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가가 선발한 인력을 전국으로 배치하는 구조여서 지역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번 법안은 ‘의대 신설’이 아니라 ‘국가 주도 의료 인력 공급 체계’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지역은 교육기관을 통한 자생적 인력 양성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는 단일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곳에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하면서 정책 방향의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립의전원이 실제 지역 의료 격차 해소로 이어질지는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고 본다. 교수진 확보, 교육 인프라 구축, 의무 복무 이후 지역 정착을 유도할 장치 등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정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둘러싼 논쟁은 입법 단계를 넘어 실제 운영 단계에서 더욱 본격화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