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유적지 잘 즐기는 법? "부재된 부분 상상해 보라"
◉ 그리스인 자부심은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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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치요리 '수블라키' 샌드위치 '기로스'는 맥주와 '국민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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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아크로폴리스 위 파르테논 신전. 사진=백재호 기자
"저기 보이는 게 그 유명한 제우스 신전입니다"
"제우스가 보면 꽤나 속상할 것 같은데요"
"온전한 모습을 상상해야 한다는 건 아쉽죠"
그리스 하면 '그리스로마신화'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다수다.
기자도 그랬다. 그리스 하면 신전(伸展), 신전하면 그리스의 신들을 대표하는 '제우스 신전'을 꼭 보리라 다짐했는데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 우연히 보게 됐다. 처음에는 "그냥 수많은 신전 중 하나가 아닐까"라고 생각했지만 버스운전사는 "저게 제우스의 집"이라며 기자에게 얼른 사진을 찍을 것을 권했다. 다소 이른 시간이라 마침 버스에 승객이 없어 딱 봐도 여행객인 기자를 배려해 준 것이다.
멀리서 보더라도 꽤 크게 느껴졌던 제우스 신전의 기둥은 인상적이었지만 일부만 남은 신전은 모습은 꽤 아쉬웠다. 기자가 제우스 신전을 지나칠 때 즈음은 시점 상 그리스 여행을 마무리할 때였다. 올림푸스의 신들을 상징하는 신전과 관련 유적지를 돌아다니며 책으로만 보던 장소를 직접 가 행복했지만 동시에 온전하지 못한 유적지의 모습에 때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늘은 지중해를 대표하는 도시이자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를 소개한다.
파르테논 신전, 복원공사만 50년 째
아테네를 상징하는 공간 중 하나는 '아크로폴리스(ἀκρόπολις)'다. 아크로폴리스의 어원은 '높다'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아크로(ἄκρος)'와 도시를 뜻하는 '폴리스(πόλις)'가 합쳐진 단어다. 아크로폴리스만 방문해도 파르테논 신전, 에레크테이온, 헤로데스 아티쿠스 극장을 비롯한 21곳의 유적지를 함께 볼 수 있어 그리스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다.
개인적으로 아침 일찍보다는 비교적 선선한 늦은 오후즈음 방문하기를 권하는데 석양이 지는 아크로폴리스의 모습은 장관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석양을 보려는 관광객들의 자리경쟁도 꽤 치열하다. 특히 아크로폴리스로 들어오는 관문인 '프로필라이아(Προπύλαια·문)'의 계단은 아테네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어 최고 명당으로 꼽힌다.
기자가 아크로폴리스를 방문했을 때 파르테논 신전은 한창 복원 공사 중이었다.
파르테논 신전(Παρθενών)은 마치 현대 복원기술의 상징처럼 보일 정도였는데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관계로 파르테논 신전의 외관만을 볼 수 있었고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파르테논 신전 복원은 지난 1975년 그리스 정부가 '아크로폴리스 보존·복원 위원회(YSMA)'를 설립하며 시작됐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인 프로젝트다. 그 이유를 파르테논 신전 관계자는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실제 복원작업에 오래 걸리는 이유는 매우 다양합니다. 단적인 예로 복원 재료도 일반 대리석이 아닌 '펜텔리콘 대리석' 만을 사용하죠. 원재료를 구하고 검증하는 단계만 해도 꽤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또 신전 자체를 현재 12개의 섹션으로 분류해 복원작업을 진행 중인데 단순히 다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재건을 위해 먼저 신전을 해체하는 과정도 포함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에요. 그리스의 경제위기(2009~2018)를 거치며 신전복원사업 관련 예산이 크게 줄기도 했습니다. 아직 복원공사가 부재한 부분은 여전히 관광객들의 상상으로 채우는 중이죠."
아테나의 영웅 '에리크토니오스(Εριχθόνιος)'의 이름을 딴 에레크테이온 신전(Ερέχθειο)도 마찬가지다.
에레크테이온 신전의 경우 파르테논 신전 옆에 위치해 있는데 일부 건물 외벽을 제외하고는 아직 복원되지 못했다. 파르테논 신전과 달리 아직까지 구체적인 복원계획은 확인된 바 없으나 과거 수리공사와 보존공사는 진행된 바 있다. 그나마 '6명의 여인상'이 온전한 형태로 위치해 있는데 현재 신전에 위치한 여인상은 가품으로 진품은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반면 현재에도 그 쓰임새를 다하는 유적지도 있다.
바로 '헤로데스 아티쿠스 원형극장(Ωδειο Ηρώδου του Ατικού)'인데 '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야외 콘서트가 진행된다. 대부분 '아테네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6~9월)' 내 공연이 집중되는데 기자는 시기가 맞지 않아 콘서트를 경험할 수는 없었다. 우리나라의 대표 소프라노인 조수미 성악가도 지난 2005년 6월에 공연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관련 영상은 유튜브로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사랑하는 그리스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말 그대로 '그리스인의 자부심' 그 자체다. 예상과 달리 온전하지 못한 유적지를 보며 다소 실망한 관광객들도 두 박물관을 거치면 그리스가 다시 보일 정도다.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의 경우 1889년 개관해 그 역사만 130년이 거뜬히 넘어가는 '아테네의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약 1만 1000여 종의 그리스 유물을 전시 중에 있는데 '아가멤논의 마스크' '아르테미시온의 기수상' '안티키테라 기계' '디피론 도기' 등도 이곳에서 소장 중이다. 그 규모가 방대해 꼼꼼히 본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의 경우 아크로폴리스 주변에서 발굴된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 중이다. 곳곳이 통창으로 되어있어 파르테논 신전을 박물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건축 초기단계부터 의도된 것으로 그리스인들이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아크로폴리스를 향한 애정을 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지난 2007년에 개관했다.
구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아크로폴리스에 위치한 작은 박물관이었으나 발굴되는 유물의 양과 관리를 고려해 현(現) 자리로 이동한 것이다. 지금의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은 그리스 시대 유적지 위에 지어졌다. 입구에는 아래로 꺼진 공간이 있어 박물관 아래로 유적지가 보이는데 마치 그리스 시대와 오늘날을 잇는듯한 분위기를 준다. 박물관의 꼭대기에는 야외 카페가 조성되어 있는데 관람을 마치고 잠시 앉아 머리를 식히길 권한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전경. 마치 책을 쌓아둔 분위기다. 사진=백재호 기자
아테네 내 유일하게 복원된 그리스 유적지 겸 박물관도 있다. 바로 '아탈로스의 스토아(Στοά του Αττάλου)'다. 이는 헬레니즘 시기 페르가몬 왕국의 아탈로스 2세가 아테네 시민들을 위해 지은 것이다.
실제 아탈로스의 스토아는 과거 아테네 시민들의 토론장소와 상점으로 사용됐다. 아탈로스의 스토아는 지난 1950년에 록펠러 재단의 기금 지원으로 복원된 후 1957년부터 '아고라 박물관'으로 활용 중이다. 아고라(ἀγορά)는 '모이다'라는 뜻으로 '광장'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한편 아고라 박물관 주변에는 헤파이스토스 신전(Ναός Ηφαίστου)이 있는데 보존이 잘 된 신전으로 손꼽힌다. 타 신전과 비교했을 때 규모가 웅장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천장과 지붕이 남아있는 '유일한 신전'이기 때문이다. 아고라 박물관 옆에 있어 가볍게 들리기도 좋다.
아테네 통합권은 '꼭' 활용하기
아테네는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기자가 앞에 소개한 도서관과 유적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아테네에 있는 크고 작은 박물관 수만 69개에 달한다. 아테네의 어디를 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기자의 경우 '아테네 통합권'을 활용했는데 '아크로폴리스' '제우스 신전' '고대 아고라' '로만 아고라' '하드리아누 도서관' '리케이온' '케라메이코스'를 한번 씩 입장할 수 있는 티켓이다.
앞서 소개한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의 경우 각각 별도의 티켓을 구매해야 하지만 '아고라 박물관'과 '헤파이스토스 신전'은 아테네 통합권으로 입장이 가능한 '고대 아고라' 안에 포함되어 있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그리스의 '기로스' VS 튀르키예의 '되네르 케밥'
그리스는 지중해식 요리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관광객도 '전통 지중해식 요리'를 맛보기 희망한다.
그러다보니 관광지 주변 다수의 음식점들은 "진짜 그리스식 요리를 맛보게 해주겠다"고 외치며 열성적인 호객행위를 벌이는 편이다. 실제로 '지중해식 요리'와 '그리스산 와인'은 어떤 레스토랑에 가더라도 꽤 준수한 맛을 자랑한다.
즉 '특출나게 대단한 음식점보다 대부분 맛있는 음식점이 절대 다수'라는 얘기다. 기자도 어떤 음식점을 가야할지 꽤 고민을 했는데 한 현지 주민은 무심하게 "그냥 적당히 줄 서 있는 곳에 가면 된다"고 했다.
기자가 우연히 추천을 받은 '맛집'도 고급 레스토랑이 아닌 정말 작고 아담한 '수블라키((Σουβλάκι·그리스식 꼬치요리)'와 '기로스(γύρος·그리스식 케밥)' 음식점이었다.
수블라키의 경우 돼지고기 혹은 닭고기를 꼬치에 끼운 후 올리브오일을 바르며 굽는데 이 과정이 맛을 좌우한다. 수블라키와 함께 나오는 '플레인요거트' '채 썬 양파' '감자튀김' '피타브레드'는 꽤 좋은 조합을 자랑한다. 수블라키를 먹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정석은 피타브레드에 스블라키를 싸고 플레인 요거트와 양파, 감자튀김을 함께 먹는 것이 정석이다.


기로스의 경우 쉽게 말해 '그리스식 케밥'인데 그리스인들은 '케밥(kebab)'이라는 표현을 정말 싫어한다. 오죽하면 케밥을 '터키식 기로스'라 부를 만큼 '원조경쟁'이 심하다. 기자도 그리스에서 기로스를 보고 "되네르 케밥과 비슷하네요"라는 말을 했다가 가게 사장님에게 사과한 경험이 있다.
사실 기로스와 되네르 케밥의 '원조 논란'은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금의 기로스 요리는 과거 오스만 제국의 케밥요리에 영향을 받았기에 터키가 원조가 맞다'는 주장과 '지금의 기로스 요리는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이어져왔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두 국가의 요리 자존심을 건 음식전쟁인 셈이다.
기로스와 되네르 케밥의 가장 큰 차이는 '주재료'다. 기로스는 주로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쓰지만 케밥은 돼지고기를 제외한 소, 양고기만을 쓴다. 또 기로스의 경우 감자튀김(혹은 감자구이)이 들어가는 경우가 흔한데 되네르 케밥은 감자를 넣지 않는다.
루크마데스와 그리스 맥주 '3종'

그리스는 지중해성 기후로 6~8월은 특히 덥고 건조하다. 다만 습하지는 않아 큰 불쾌감은 없지만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리스인들도 열량보충을 위해 단 간식을 즐기는 편인데 대표적인 간식이 그리스식 도넛인 '루크마데스(λουκουμάδες)'다. 형태는 가운데가 뚫려있는 전형적인 도넛모양 이거나 도넛 홀(공 형태의 도넛)과 같은 형태다. 주로 아이스크림이나 초코시럽, 계핏가루와 함께 꿀을 함께 발라먹는 것이 특징이다. 상당히 단 편이라 1인분만 주문하더라도 다 먹지 못할 수 있다. 아테네 전역에 루크마데스 가게가 있으니 지나가다 보이면 꼭 들려보길 바란다.
그리스를 대표하는 맥주는 '알파(ΑΛΦΑ)' '미토스(Μύθος)' '픽스(Φιξ·Fix)'가 대표적이다.
먼저 알파의 경우 목 넘김 간 탄산의 자극이 강한 편이라 특히 더운 그리스에서 순식간에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 가볍게 마실 수 있다. 반면 미토스 맥주는 알파보다 보리 향이 진하고 특유의 씁쓸함이 있어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지만 그리스의 맥주 중 매출이 가장 높은 '국민맥주'다. 픽스의 경우 그리스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 브랜드로 라거 형태인 '픽스 헬라스'와 흑맥주 계열인 '픽스 다크'도 만들고 있다.
가볍게 마시는 맥주를 선호한다면 알파를 추천하고 보리 특유의 씁쓸함을 느끼고 싶다면 미토스를, 단 보리맛을 느끼고 싶다면 픽스 라거를 추천한다. 대부분 그리스인들은 앞서 소개한 수블라키와 기로스를 맥주와 함께 즐긴다. 기자도 항상 맥주와 곁들여 먹곤 했는데 입안의 기름진 맛이 맥주로 시원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꽤 매력적이었다.
6월의 중반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 그리스는 최고온도가 33도에 육박한다. 지금 여행을 권하는 것이 다소 무리이지 않나 싶을 수 깊지만 쨍쨍하다 못해 뜨거운 그리스는 한국인의 이열치열(以熱治熱)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여행지가 아닐까.
그리스가 뜨겁게 사랑하는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온몸으로 느껴보길 바란다.
글=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