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새워 시를 쓰고 시집을 펴낸 시인의 정성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하다.
누군가 함께 시를 읽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리뷰를 쓴다.

- 사진=조선DB
강가(Ganga)아이1
-박이영
설산의 문맥으로
천 개의 골짝을 지나
타지마할의 장르를 넘나드는 너는
꽃이 필 지점인
바라나시의 시詩,
강물에 띄운 꽃등과
지난여름의 이야기는 흘러 흘러
소의 행렬을 따라 적히고 있었다
구전(口傳) 두둑한
까만 손등의 말
소의 걸음으로 낭송하지만
휜 안개는 장문의 맨발이라
처연하게 돌아눕는 흰 눈으로부터
헐렁히 풍경으로 서 있을 때
방울방울
질문을 거듭하는 너는
꿈꾸는 가장이었다
*강가-갠지스강을 상징하는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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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
짐을 진 백야
폭설의 폭설인 듯
죽어서도 눈 감지 못하는 백야
자신이 짐이 되는 나라에서
달빛이 마르도록
아름다워야 할 세상 속 짐을 지고
무덤 속
사랑을 간직한 채
세상에 답하려 경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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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이태원 식당 앞
커리 냄새가 매콤하다
창안으로 보이는
꽁지머리 셰프는 검은 수염에 검은 피부였다
간판에는 난과 달 각종 향신료들이 침샘을 자극하고
순간,
북인도의 풍경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버스는 네팔의 산맥을 밤새 넘어 북인도에 도착했다
노인이 사리를 입고
깃대가 꽂힌 국경을 쓸고 있었다
국경이 그의 품에서 편안했다
느긋한 소들과
드넓은 밀밭과 달달한 짜이
구릉 위의 요새 암베르성,
바라나시
시바라뜨리의 축제가 있는 날
릭샤들의 소음과 엉킨 사람들의 사이에서
미아인 듯 미아가 아닌 듯…
달빛에 든 이태원이 꿈처럼 커리 향을 품고
폭설에
짐을 진 백야
달빛 천지였다

박이영 시인의 시편들을 읽으며 세상을 보는 시인의 따스한 관조의 눈길을 읽을 수 있었다.
여러 시편들의 첫 한두 행, 혹은 마지막 한두 행만 옮겨 적어도 긴 여백의 강렬한 시집이 될 것만 같았다.
암묵적 비탈을 견디는 한 알의 수행(遂行) (시 ‘사과는1’ 중에서)
덩그러니 혼자 남아 풍경(風磬) 소리 득음한다 (시 ‘불일암1’)
귓속 알음알음 들리는/ 이명 소리 받아 적는다 (시 ‘백야로부터 詩월이’)
함박눈을 접어두고/ 달맞이꽃을 그리는 그녀 (시 ‘꽃잎으로 해가 길어졌다’)
고전이 살아있어/ 잔도(棧道)가 벼랑에 매달렸다 (시 ‘한탄강 잔도’)
저녁을 수행(隨行)하는 식탁에서/ 뜬 달로 환전 중이다 (시 ‘붉은 망중한’)
찔레꽃 향기가/ 외줄을 탄다 (시 ‘대들보 향기’)
흔들리고 돌고/ 비 맞고 녹슬어/ 모퉁이 바람도 둥글게 업을 줄 알지 (시 ‘풍경(風磬)’)
중력을 프린트한다 (시 ‘유리 구두’)
뻘밭을 나와 보니/ 무교동이더라 (시 ‘학창 시절 그 선배’)
인도의 느낌이 나는 시편들이 많아서 구도의 느낌이 들었다. 시집이 영혼의 달그락대는 수련기를 담은 듯했다. 몸부림이기보다는 좀 더 생을 진지하게 대하기 위해 한걸음 한걸음 무언가의 본질로 이동 중인데 아직 갈 길이 멀고도 가까워 보였다.
문학평론가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박이영의 이번 시집에는 어찌 보면 ‘순례(巡禮)’에 가까운 여행을 통해 시인 스스로 미지의 길로 나서는 순간들이 여럿 들어 있다”고 했다.
시인은 2016년 《예술가》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며 여러 공저를 펴냈지만 이번 시집이 첫 시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