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후기] ‘건즈 앤 로지스’의 라이브를 회상하며

청중 누구도 “로큰롤은 섹스 피스톨스 이래로 쇠퇴하고 있다”는 명제 믿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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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건스 앤 로지스의 라이브 공연 모습이다.

쌀쌀한 날씨, 전날과 낮에 온 비로 바닥은 미끌거렸지만 레전드 밴드 건즈 앤 로지스(Guns N' Roses)를 보기 위해 인천 송도로 갔다. 51, 그날이었다. 낙원이 어디인지 몰라도 “Take me down to the paradise city”를 외치는 함성이 송도를 들었다 놨다 했다.

 

두꺼운 안경, 배가 나온 점퍼 차림의 50대 기자는 액슬 로즈(보컬)과 슬래시(기타)를 보았다. 25000명과 함께. 놀랍지 않은가. 25000! 스탠딩석만 18000!

 

그곳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았다. 녹슬지 않은 록의 강철 심장을 지니신 그분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었다. 자리를 양보해 드리고 싶었다.

 

공연 시작 전 들리는,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레드 제플린의 노래들, 예컨대 ‘Over the Hills and Far Away’‘D'yer Mak'er’이 청중들의 심장을 충분히 달궈놓았다. 날씨가 차가웠지만, 덜덜 떨었지만, 바닥은 질척했지만, 그래도 미친 듯이 록에 빠져들고 싶었다. 발을 동동 굴렀다.

 

건즈 앤 로지스가 한국을 찾은 것은 처음이지만, 2009년 액슬 로즈가, 2019년과 2024년 슬래시가 각자 내한한 이후 이뤄진 라이브 무대였다.

 

액슬 로즈는 한때 할리우드 로즈(Hollywood Rose)’의 보컬이었는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잘나가던 ‘LA 건스(LA Guns)’1985년 결합하면서 밴드 이름을 총과 장미로 정했음을 감안할 때 올해가 밴드 결성 40주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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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광기에 가득한 열기와 함성을 느꼈다. 땡그랑거리는 기타 인트로, 천둥 같은 드럼 소리에 놀랐다. 새 드러머로 합류한 아이작 카펜터는 공연 시작부터 끝까지 상의탈의로 드럼을 쳤다.

 

1980년대 중반 이후 그들은 누구보다 유명세를 탔고 그들보다 앞에 나타났던 밴드들을 퇴장시켰던 수많은 전성기 시절 노래들을 쏟아냈다. ‘Welcome to the jungle’부터 ‘Paradise city’까지 2시간 20분간 28곡을 불렀다.

 

밥 딜런의 명곡 ‘Knocking on Heaven’s Door’를 액슬 로즈가 부를 때, 슬래시의 면도날 같은 기타 리프가 뒤를 받쳐줄 때, 감동이 물결쳤다.

청중들은 핸드폰을 흔들며 기꺼이 도도한 감동의 물결을 가슴으로 흘러 보냈다. 떼창인지 뭔지가 속에서 끓어올라 입 밖으로 내던져졌다.

 

역대 가장 긴 버전의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을 들려주겠다며 액슬 로즈가 직접 피아노 앞에 앉아 약 9분을 넘게 노래를 불렀다. 여기에 특유의 날카로운 톤으로 블루스맨의 기타가 쟁그랑 쟁그랑 댔다.


액슬 로즈의 고음 샤우팅이 뭔가 허전함을 느꼈지만 그 사이 사이를 액슬 로즈의 기타가, 깁슨 레스폴을 사용하는 블루지한 테크니션 연주가 나이를, 세월을 잊게 만들었다. 더프 맥케이건의 베이스 역시 잘난두 사람을 튼튼히 받쳐 주었다. 드럼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 드러머였던 스티븐 애들러가 웃통을 벗고 드럼을 치던 장면이 떠올랐지만 전혀 아쉽지 않았다.

 

아 참, 액슬 로즈의 휘파람이 이어지는 ‘Patience’도 감동을 주었다.

 

내가 널 그리워하기에 눈물을 흘려

(Shed a tear ‘cause I am missing you)

그러나 넌 내 마음을 편안하게 했어

(But you set my mind at ease)

넌 지금 내 마음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이 존재해.

(These is no doubt you’re in my heart now)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지 약간의 인내야.

(All we need is just a little patience)

 

그들은 시종 멋져 보였고, 늙지 않았고, 신념을 지닌 투사들처럼 악기를 다루었으며 무엇보다도 로큰롤을 연주하며 25000명의 관중을 떡 실신시켰다. 그날 인천 송도는 총과 장미의 함성에 잠시 점령됐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같은 인천 개항의 아픈 역사도 잊혀졌다.

 

이날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다. “로큰롤은 섹스 피스톨스 이래로 쇠퇴하고 있다는 명제를 믿지 않았다. 건스 앤 로지스는 야비함을 재현하며 투쟁하고 있었다. 몇 년 전 내한한 퀸 같은 록 오페라의 화려함도, LA 출신 선배 밴드인 밴 헤일런 같은 톱날의 테크니션도, 이 야비한 후배의 라이브 앞에는 상대가 안 되었다. 머릿속에 퀸은 잠시 지워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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