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NewsRoom Exclusive

[세계는 지금] 아일랜드는 '세인트 패트릭 데이' 中

기자가 직접 체험해 본 '초록색 세상'

백재호  기자 1ooho@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하기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올해 축제 주제는 'Eachtraí'... 아일랜드어(겔릭어)로 '모험' 뜻해 '아이리쉬 정신 상징'
◉ '세인트 패트릭 데이'는 아일랜드 대표 국경일... '초록색 의상'과 '세 잎 클로버'가 상징
◉ 스파이어(Spire) 위치한 오코넬 거리에서는 대규모 퍼레이드 진행, "2시간 동안 서 있어도 괜찮다"
◉ 한정판 샴록(Shamrock · 클로버/초록색) 맥주도 판매..."아침부터 맥주 먹으니 행복"
◉ 남다른 맥주 사랑, 비행기 탑승 전 '한잔' 마시는 문화도
◉ '스몰토크' 즐기는 아이리쉬... "정신 차리니 친해져"
지난 2024년 3월 17일 스파이어 주변 오코넬 거리에서 진행된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 사진= 백재호 기자

매년 3월 17일 열리는 세인트 패트릭 데이(St Patrick's day)는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국경일이다. 


올해의 행사 주제는 'Eachtraí'로, 아일랜드어로 '모험'을 뜻한다. 축제 주최 측은 "아일랜드와 아이리쉬들의 독특한 본질"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아일랜드는 맨 처음 가톨릭을 전파한 인물이자 아일랜드의 수호성인(守護聖人)인 성 패트릭을 기념하기 위해 1903년부터 매년 3월 17일을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 날 사람들은 가톨릭을 상징하는 '초록색' 의상과 '세 잎 클로버 문양 아이템'을 활용해 거리를 누빈다. 초록색과 세 잎 클로버가 세인트 패트릭 데이의 상징이 된 이유는 3가지 가설이 있다. 


먼저 아일랜드 동화 중 하나인 '레프리칸(Leipreachán) 이야기'에 나오는 '초록색 옷을 입은 할아버지 요정'이 초록색 옷을 입고 다니지 않은 사람들을 꼬집고 다녔는데 이 동화가 발전해 오늘날 세인트 패트릭 데이로 발전했다는 설이다. 

 

또 아일랜드 국기 구성색 중 하나인 '초록색'이 해당 축제의 상징색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성 패트릭이 당시 선교 당시 삼위일체(三位一)의 교리를 '세 잎 클로버'에 비유해 설명해 상징이 됐다는 설이다.


그럼 성 패트릭이 누구길래 


성 패트릭은 '아일랜드의 사도(Apostle of Ireland)'라 불릴 만큼 아일랜드 땅에 그리스도교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다. 


그는 브리타니아(오늘날의 영국 남부)에서 태어났는데 켈트족의 칩임으로 16세 때 아일랜드로 끌려간다. 이후 그는 6년 간 켈트족의 노예생활을 하다 극적으로 아일랜드를 탈출한다.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신앙생활을 계속 이어가던 중 "아일랜드로 선교를 떠나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가게 되는데 432년부터 461년까지 약 30년간 아일랜드 각지를 돌아다니며 포교를 진행한다. 

 

KakaoTalk_20250317_103826612.jpg

더블린에 위치한 세인트 패트릭 대성당. 성 패트릭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사진= 백재호

 

당시 아일랜드는 켈트족이 지배하고 있었고 켈트족들은 '켈트 다신교'를 믿고 있었다. 과거에도 이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노력은 있었다. 당시 로마의 교황이었던 '첼레스티노 1세(Celestine I)'는 일부 선교사들을 아일랜드 주교로 임명해 파견했지만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실패한다.

 

반면 패트릭이 선교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거 노예생활을 통한 켈트족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습득했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오늘날 아일랜드에는 360개가 넘는 성당이 세워졌다.


패트릭이 아일랜드 가톨릭 '상징'이 된 결정적 이유다. 


오전부터 초록색 맥주 '원 샷'


작년 세인트 패트릭 데이는 날씨가 꽤 좋은 편이었다.


"아일랜드 365일 중 절반 이상이 흐린 날씨"라는 친구의 말과는 달리 행사 당일에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행사 당일 스파이어(Spire) 거리에서는 퍼레이드가 열렸다. 주요 거리는 온통 초록색으로 도배됐다. 기자도 고심 끝에 초록색 머플러를 매고 동기들과 스파이어 거리로 나갔다. 퍼레이드는 1시간 이상 이어졌는데 민·관·군·경이 다 참여하는 대규모 퍼레이드였다. 시내버스도 퍼레이드에 동원됐다. 


퍼레이드 대기부터 진행까지 꽤 길어 지칠 만도 한데 대부분 더블린 시민들은 '2시간 이상 서서' 자리를 지켰다. 기자가 주변인들에게 "지치지 않느냐"라고 묻자 "퍼레이드 끝나고 맥주 한잔 마시면 괜찮아진다"고 했다. 기자도 퍼레이드를 보고 동기들과 펍(pub)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당시 시간이 오전 11시가 살짝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펍은 만석이라 서서 마실 정도였다. 

 

내 사진.jpg

성 패트릭 데이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초록 머플러를 하나 샀다. 사진= 백재호

 

신기했던 건 '샴록 파인트(pint · 500ml)'라 불리는 '한정판 맥주'로 색은 초록색이었다. 맛은 일반 맥주와 동일했지만 행사 때만 먹을 수 있는 맥주라 인기가 좋았다. 기자와 절친한 아이리쉬 A(22)는 성 패트릭 데이는 "아침부터 거하게 취하는 날"이라고 했다. 


실제로 아이리쉬들의 맥주사랑은 남다르다. 


단적인 예로 공항에서 출국 전 편안한 비행을 기원하며 '맥주 한 잔' 마시는 게 당연할 정도다. 하지만 이들도 아침부터 맥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아이리쉬들 사이에서도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게 좋은 '이미지'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점심에 맥주를 마시는 경우는 흔해 문제 되지 않는다. 

 

반면 성 패트릭 데이는 '아침부터 술을 마셔도 되는 명분이 있는 날'인 셈이니 얼마나 즐거울까. 

 

다같이.jpg

오전 11시즈음 펍에 들어갔지만 만석이라 서서 맥주를 마셨다. 사진= 백재호 

 

여담이지만 현지 맥도널드에서는 '샴록 밀크셰이크'를 팔기도 했는데 맛은 '민트초코'맛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맛있게 마셨는데 동기는 잘 마시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리쉬 사이에서도 민트초코 호불호는 꽤 갈린다"고 했다. 


'스몰토크(small-talk)' 즐기는 아이리쉬


기자가 아일랜드에서 반년 가량 지내면서 느낀 건 아이리쉬들의 일상은 곧 '스몰토크'라는 것이다. 


그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말 먼저 걸어주는' 친절함을 가지고 있다. 내향적이거나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기자는 스몰토크를 잘하는 아이리쉬들이 마음에 들었다. 

 

외지인에 대한 거부감 보단 호기심이 더 큰 모습이랄까. 기자도 매일 아침마다 이웃주민과 인사하며 "아침은 뭐 드셨는지" "오늘은 어떤 스포츠 경기가 있는지" "오후에 비가 올 것 같은지" 등등의 소소한 대화로 하루를 시작했다. 대학에 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르는 학생들과 대화하며 인적관계를 늘려나가는 것이 일상이었다. 

 

대화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았는데 말 그대로 "정신 차려보니 친해져 있었다"의 표본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리쉬들은 다들 기자(?)의 자질이 충분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글= 백재호 월간조선 기자

입력 : 2025.03.17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사진

백재호의 레이더

1ooho@chosun.com 《월간조선》 백재호 기자입니다. 외교·안보 / 스포츠 분야를 폭넓게 씁니다.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