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전 회장 탄핵으로 공석이 된 의료계 수장 자리를 임시로 맡을 비상대책위원장 선거에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단국대 의대 인문사회의학 교수)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회장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등 4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후보자는 12일 오후 8시 의협 회관에서 열린 후보자 설명회에 참석하여 각자의 포부를 밝혔다. 본지는 현재 경기도의사회 회장으로 활동 중인 이동욱 후보자와 만남을 갖고 당선 시 운영 계획과 의대 증원 관련 대응 등을 물었다.

- 의협 비대위원장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고통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고통받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관리형 비대위 대신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비대위가 필요합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과대학(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고, 사태가 장기화할 우려도 있습니다.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저는 지난 10개월 간 윤석열 대통령 출근길 시위와 주말 투쟁 시위를 개최해 왔습니다.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후배들의 경제적인 부분을 지원해 왔고, 법률 지원도 도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아픔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비대위가 구성되었을 때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으면 우습게 보일 수 있습니다. 현재 제가 진행하고 있는 투쟁이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의대생과 전공의 분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주고자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하게 됐습니다.”

- 당선 후 가장 먼저 어떤 일을 할 예정인가요.

“해 오고 있던 투쟁들을 의협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확산을 시킬 예정입니다. 어느 정도 투쟁력을 갖춘 이후에 의료 대란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 만약 비대위원장이 되신다면, 윤 대통령과의 면담 등 윗선과의 대화를 충분히 할 계획인가요.

“독단적인 행동은 하지 않겠지만, 다수가 대화를 원한다면 대통령과의 담화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의료계의 요구 점을 명확하게 밝힐 것입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사진=고기정

- 의대 증원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불통(不通)’이죠. 정치적인 목적으로 촉발된 문제입니다. 처음부터 잘못된 논의예요.”

한편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신임안 가결로 공석이 된 의협 비대위원장의 자리를 메꿀 사람으로 박형욱 부회장을 추천했다. 그는 의협 대의원 단톡방을 통해 “박형욱 교수를 의협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다”고 말했다.

- 박 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과의 관계 정립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후보자 설명회가 끝난 이후, 4명이 후보들이 박단 비대위원장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머지 세 후보들이 항의를 했고, 의협 의장단 측에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에게 경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의협의 산하 단체인데, 본래 법에 산하 단체는 본 단체의 선거에 개입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후보 모두 누가 당선되더라도 전공의협의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임현택 회장의 전철을 밟지 않기로 했고, 박 단 비대위원장도 당선인에게 잘 협조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난 10월 19일, 광화문 시위 현장에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사진=고기정

- 시위는 어떤 의미로 진행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까 내가 나서서 도와야겠다’. 처음에는 이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현실적으로 법률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게 제일 컸죠. 그런데 현재 후배들은 미온적인 선배들의 태도에 크게 실망한 상태예요. 선배로서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시위 신고를 하고, 100일이 넘게 시위를 진행하고 있죠. 법률 상담이 필요한 의대생, 전공의들에게는 법률 지원도 진행 중입니다.”

- 법률 지원을 해 주는 기준이 있나요?

“법률 지원이 필요한 의대생‧전공의들이 속해있는 지역이 모두 달라요. 어떤 사람은 충청도, 어떤 사람은 서울… 이런 식으로 전국에 퍼져 있죠. 경기도의사회 측에 법률 지원을 부탁하면, ‘먼저 지역 의사회에 가서 도움을 요청해라’ 라고 말해요. 그런데도 지역 의사회 측에서 도움을 못 받았으면 경기도뿐만이 아니라 다른 지역 의대생‧전공의라도 법률 지원을 해 줍니다.”

- 여야의정 협의체가 창설되었는데, 당선 되신다면 협의체에는 참여하실 생각인가요.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은 협의 후에 결정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통받고 있는 의대생‧전공의들의 이야기를 우선적으로 듣겠습니다.”

- 비대위원장 이후 차후 치러질 의협회장 선거에도 출마할 예정인가요.

“회원들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죠. 비대위를 잘 이끌어 나간다면, 회원들이 회장을 하라고 부추길 것이고 충분히 끌어가지 못한다면 독배가 될 것입니다. 회장 선거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오히려 회장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은 비대위원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을 거예요. 비대위원장이 어디 좋은 소리만 들을 수 있는 자리인가요. 그런데 저는 그동안 해왔던 투쟁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하던 일을 묵묵히 해내면 회원들이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걸 묻고 싶어요. 의대 증원이 발표된 이후, 약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대생‧전공의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요. 제가 하던 것처럼 최전방에서 열심히 싸우다 보면, 언젠가는 회원분들이 알아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지난 10월 19일 시위 현장에서 발언하는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 사진=고기정

- 의대생‧전공의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위를 진행하며 정말 많은 의대생‧전공의들을 만났습니다. 조카 같고, 아들 같은 후배들이 많았어요. 힘듦과 아픔의 깊이가 정말 깊다는 것을 함께 투쟁을 하며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후배들을 위해 노력하는 비대위원장이 되겠습니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여 후배들의 아픔을 덜어주는 선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글=고기정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