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부에서 자행되는 강제실종 가운데 상당수가 국가보위성에 의해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권조사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는 31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존재할 수 없는 존재 : 북한 강제실종범죄 조사》 보고서를 국·영문으로 공개했다. 보고서는 북한 내에서 강제실종 범죄가 벌어지는 단계와 패턴, 실종 위치와 이를 주도하는 기관을 밝힌다.

강제실종이란 국가기관이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체포, 감금, 납치 방식으로 주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그의 생사와 소재지를 은폐하는 것을 가리킨다.

TJWG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62명을 2021년 1월부터 2024년 5월까지 3년 5개월간 심층 면담해 66건의 강제실종 사건과 113명이 실종된 과정을 분석했다.

강제실종 주민 113명 가운데 35명은 김정은 집권 시기에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공권력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가 김정은 시기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강제실종자의 연령대는 20·30대가 44명(39%)으로 가장 많았고 10세 미만도 13명(12%)이나 됐다.

진술자와 강제실종자의 관계는 가족 또는 친척이 54명(48%)이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진술자의 자녀, 부모, 형제자매, 배우자 등이었다.

강제실종 이유는 탈북 시도, 연좌제, 한국 등 외부와 접촉 시도, 김정은 일가 또는 체제 비판, 종교행위 등으로 조사됐다.

강제실종자 중 62명은 처음부터 국가보위성과 조직에 의해 연행된 후 행적이 사라졌고, 30명은 중국 공안부, 북한 국경경비대, 사회안전성 등에 붙잡혔다가 국가보위성으로 이관된 후 실종됐다.

이영환 TJWG 대표는 "북한에서 국가보위성 요원들은 단순히 정보기관원이 아니라 과거 나치 독일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와 같은 존재"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이 강제실종에 이르게 되는 경로를 지도화했다. 중국 당국의 북송 조치 후 이감 경로, 종교활동 혐의에 따른 강제실종 과정, 탈북을 준비하던 주민의 강제실종 과정 등을 지도 형식으로 담았다. 또 실종자 자녀들과 자녀의 배우자 등 한 일가의 강제실종 가계도까지 작성했다.

한편 북한은 내달 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이사회 보편적인권정례검토(UPR) 심의를 앞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UPR에 참여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이산가족 문제 등을 비롯한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적극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김세윤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