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 방산 전시회로 알려진 ‘미 육군협회(AUSA) 2024 방산전시회'가 지난 14~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렸다. 14일 개막식에서 크리스틴 워머스(Christine Wormuth) 미 육군성 장관이 개막식 기조연설을 시작하자 반전 단체가 고성과 함께 2분가량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장면을 모두 지켜본 워머스 장관은 “개인이 자신이 의사를 자유롭게 밝히는 것도 자유민주주의이기에 가능하다”며 박수를 쳤다. 이에 청중은 워머스 장관의 대처에 호응하며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소부대 군사혁신(RMA)을 선도하는 ‘창끝전투학회(학회장 조상근)’가 AUSA 2024에 참가했다. 창끝전투학회 연구진은 “기조연설에서 보여준 미 육군 수장의 리더십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풍경이었다. 청중에는 장군, 장교, 준사관, 부사관, 병, 예비역, 육군 가족, 동맹군 등 다양한 출신이 어우러져 함께해 놀라웠다”고 밝혔다.

창끝전투학회에 따르면, 워머스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미래 전투를 위한 육군의 신속한 변혁  필요성을 밝히며 ▲무기 체계 현대화 ▲모병 체계 변혁 ▲장병과 장병 가족 복지 개선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창끝전투학회는 “피 흘리지 않고 승리하기 위한 ‘전승(全勝)’ 가치와 ‘사람’의 가치가 함께 담겨 있었다”고 했다.

창끝전투학회는 기조연설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①미래 전투를 위한 육군의 신속한 변혁 필요성

―미국의 적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다

―세계 최고의 지상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

―육군이 더 강력한 혁신 문화를 구축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스템을 시험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②무기 체계 현대화

―미 육군은 패트리엇(Patriot) 레이더를 차세대(LTAMDS)로 교체하고, 통합전투지휘시스템(IBCS)을 도입해 방어 능력을 크게 향상했다

―차세대 틸트로터 강습헬기(FLRAA)와 중거리 타격시스템(MRC) 등 새로운 무기 체계를 구축 하고 있다

―무기 체계 현대화로 미군의 치명성을 강화하고, 미래 전투 방식에 적합하도록 지속적으로 평가하겠다

③군 구조 재편성

―다영역 작전부대(multi-domain task force)를 구축해 대규모 전투에 적합한 구조로 부대를 전환하고 있다

―대반란(COIN), 대테러(CT) 부대의 규모를 줄이고, 새로운 소형 무인 항공 체계에 대응하는 포대와 이동식 단거리 대공방어(M-SHORAD) 대대를 창설했다

―다영역 작전부대는 정보, 우주, 사이버 전력을 활용해 장거리 타격 능력을 시험했으며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임무다

④모병 체계 변혁

―모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e All You Can Be’ 캠페인을 재개하고, 모병관들의 선발과 교육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혁한다

―미래 병사 준비 과정(Future Soldier Prep. Course)을 통해 (입대) 시험 점수가 부족한 청년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2024년 회계연도에서 모병 목표를 초과 달성했으며, 2025년에는 신병 6만10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⑤병사와 장병 가족의 복지 개선

―유급 육아 휴직을 12주로 확대하고, 어린이 돌봄 서비스, 막사 개선에 연간 20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가족생활과 재정적 보상을 중시한다는 데이터를 언급하며) 병사들에게 더 많은 경력 유연성과 안정성을 제공하겠다

무기뿐 아니라 사람도 강조한 AUSA 2024

창끝전투학회는 “사람의 가치를 중시하는 기조는 AUSA 2024 전시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시장에는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미 육군을 구성하거나 구성하기 위한 예비 자원을 위한 다양한 부스가 설치돼 있었다”고 했다.

미 육군이 적정 병력 규모를 유지하고자 필요한 병력을 모집하는 모병사령부관, 기능 특성별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기능사령부관, 육군 가족과 현역의 복지와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설치된 육군복지관 등이 대표적이다.

미 육군 모병사령부는 지난 2월 27일 발간된 ‘육군 전력구조 변혁(Army Force Structure Transformation)’에 따라 혁신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 육군의 전력구조 변화에는 많은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병사령부는 미 육군의 성공적인 변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모병사령부 홍보 코너 이야기

창끝전투학회 연구진은 전시장에 설치된 모병사령부관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모병사령부관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모병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모병 준사관 과정을 개설했고 앞으로 모병 전문 직종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또 경쟁적으로 급변하는 노동 시장에서 성공적인 모병을 위한 접근 방법을 연구하고, 최종적으로 모병사령관을 현재 2성 장군에서 3성 장군 체제로 전환해 육군성 장관과 육군참모총장에게 모병 현안을 직접 보고하는 지휘 체계를 확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변화하는 모병 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위해 자체 싱크탱크인 육군기획홍보관(Army Enterprise Marketing Office)을 중심으로 모병 관련 정보를 수집, 축적, 분석해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과 전술을 발굴하고 현장에 적용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 육군 미래사령부는 민간 기술을 육군으로 연결시키는 이른바 ‘스핀 온(Spin-on)’ 창고 역할을 한다. AUSA 2024에 참가한 국내·외 방산기업뿐만 아니라 참가하지 못한 중소기업, 스타트업도 미래사령부의 주요 직위자와 만날 수 있었다. 민군 융합형 과학기술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미래사령부 예하 장군급 부서장들이 만남을 주도했다.

창끝전투학회에 따르면, 미래사령부관 관계자는 ‘이와 같은 활동으로 미 육군은 미래 전력 건설에 필요한 민간 전문 인력을 획득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육군이 추진하는 사업에 이들을 참여시키거나 영입해 미 육군의 일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AUSA 2024 전시장에는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육군복지관이 배치돼 있었다. 이곳에서 현역‧ 예비군의 가족에 대한 보험, 자녀 교육, 금융 지원 등과 현역 장병 위탁교육 시 학비 지원 등과 같은 상담이 이루어진다. 현역 뿐만 아니라 군 가족, 예비역까지도 육군의 한 구성원으로 여겼다.

창끝전투학회에 따르면, 육군복지관 관계자는 ‘미 육군은 해외 원정 작전을 주로 수행한다. 장병 가족이 행복하지 않으면 장병들은 임무에 전념할 수 없다. 육군 가족의 복지와 사기를 높이는 것이 미 육군이 미래 전력을 건설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장병과 그 가족이 미 육군에선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했다.

창끝전투학회는 “결국 사람이다. 미 육군이 사람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며 “‘사람 중시’ 정책은 인구 절벽으로 병역 자원이 급감하는 국가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글=이경훈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