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객원논설위원인 서명수의 신간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은 일분일초도 허투루 쓸 수 없을 정도로 급하다.

차기대선이 치러지는 2027년 3월까지 남은 시간은 2년 6개월여 남짓 되지만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전당대회가 치러지는 2026년 8월경을 기점으로 역산하면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지금 진행되고 있는 4건의 재판일정을 최대한 틀어막을 수만 있다면 차기대선에 출마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서명수의 《그의 운명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생각》

사법 리스크만 방어한다면 175석의 절대의석을 차지한 국회 제1당 대표로서 대선후보 지위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은 없다.

논란을 빚은 바 있는 헌법 제84조의 대통령의 탄핵소추 회피 조항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대선후보가 되고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모양이다.

그동안 보여 온 이재명 대표의 무자비한(?) 성정과 안면몰수 하듯이 밀어붙이는 성격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권한으로 법무장관을 통해 자신의 재판에 대한 공소취하를 통해 재판자체를 없애버릴 수 있다.

이 대표의 고민은 과연 현재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4건의 재판을 지연시키고 검찰의 추가 기소없이 2년을 버틸 수 있느냐 여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장 지난 대선 때 기소된 공직선거법 위반사건과 2018년 지방선거때 발목을 잡았다가 권순일 전 대법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당시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 당시의 위증교사의혹 사건 재판이 문제다.

두 건의 재판 1심 선고가 2024년 10월에 나온다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공직선거법 재판과 위증교사 의혹사건 재판은 오래 끌 수가 없다. 두 재판 모두 사건이 그리 복잡하지 않은데다 방송과 증인이 모두 존재하고 있어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다.

법률가인 이재명 대표가 '무죄'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법리적으로 단순한 사건을 이토록 오래 끌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대장동과 백현동, 위례신도시, 성남FC 4건이 병합된 서울중앙지법 재판은 어차피 분리하지 않는 한 차기 대선 때까지 대법원 판결은 고사하고 1심 판결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이 대표도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만평=김경수 화백

그러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의혹사건은 그의 발목을잡을 공산이 크다.

만일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의 1심에서 정치생명을 가를 수 있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2심에서도 양형기준을 감안할 때 100만 원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 대표는 다른 수단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위증교사 의혹사건도 마찬가지. 두 건의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최소한 6개월 이상의 징역형과 집형유예 등 '금고' 이상의 양형이 선고된다면 두 재판의 대법원 판결까지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하는 등 재판을 질질 끈다고 하더라도 대법원 판결은 2026년 상반기에는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기 전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정치는 끝이다.

대선 낙선 후 대선에 재도전하기까지 5년간의 각고의 노력과 고군분투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물론 대통령이 되겠다는 권력의지보다 사법처리를 당하지 않고 살아남겠다는 생존의지가 더 큰 이 대표이다. 살아남아야 했고 그래서 본능적으로 단 한 순간이라도 정치판을 떠날 수 없었고 당권을 잡아 차기 대선에 도전해야 하는 운명을 스스로 만든 그였다.

그는 지옥과도 같은 덫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계속)

서명수 매일신문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