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후보 사퇴 여부를 둘러싼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1942년생) 및 TV토론 실패 등을 이유로 당내 후보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현지시간) 위스콘신에서 공개유세와 무편집 언론인터뷰를 통해 완주 의지를 확실히 하고 후보직 사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했다. 이후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 및 공개행보를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공개적인 사퇴 요구가 계속되는 상태다. 공개유세 다음날인 6일 하원 앤지 크레이그 의원(미네소타)이 성명을 내고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효과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트럼프를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서 후보직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크레이그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213명 중 5명이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에 반기를 들었다. 민주당 일부 하원의원들은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회람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연판장’이다.

상원에서도 일부 민주당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상하원 의원들이 독립기념일 휴회를 마치고 복귀하면서 앞으로 며칠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의회에서의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결정적인 한 주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인지능력 부족 등으로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의견이 이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 대선 경합주를 대상으로 모닝컨설트와 함께 진행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격차가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적은 2%포인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가 본격적으로 혹은 다수의견으로 거론되지 않는 것은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인지도와 재직 당시 업적, 두터운 지지층 등을 보유한 바이든을 제외하면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대안으로 불리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바이든의 후보 완주를 지지하고 있으며 바이든과는 지지층이 미세하게 다른 결을 보이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 나오면 땡큐"라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이를 반박할 의지도 없어보인다.  

미국 민주당의 이 같은 ‘대안없는’ 상황은 우리나라의 더불어민주당 상황과도 유사하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를 선출하는 8.18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 전 대표가 대표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이 전 대표와 겨룰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회 의석수 2/3 가까이 차지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안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던 인물들은 모두 출마를 접었고, 출마의 뜻을 보였던 김두관 의원은 당내 원로들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인지도 높은 4명의 후보(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난타전을 벌이면서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국민의힘과는 정반대 분위기다. 

미국과 한국의 두 민주당 모두 대안이 진짜로 없다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저 비겁한 것으로 보인다. 집권당(미국 민주당) 또는 원내 제1당(한국 민주당)에 각종 문제가 첩첩산중인 단 한 명만이 유일한 안(案)이고 대안이 없다니, 정당이라고 하기 민망하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