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전문가 한문철 변호사가  지난 1일 서울시청 앞에서 일어난 대형 교통사고에 대해 "급발진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9명 사망, 4명 부상이라는 대형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제네시스 운전자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변호사는 2일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라이브 방송을 통해 "급발진 여부를 판단하려면 블랙박스의 오디오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야 운전자가 브레이크가 듣지 않아 당황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아직 (가해)차량 블랙박스 등 구체적인 증거들이 분석되지 않아 급발진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rder)도 급발진 여부 판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EDR은 자동차의 사고 전·후 일정 시간 동안 자동차의 운행 정보를 저장하고 저장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한 변호사는 "과거 급발진 의심사고에서도 EDR 기록과 실제 실험의 차이가 많았다. (EDR은) 당시 상황을 기록할 뿐 운전자의 행태를 알 수는 없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또 급발진 인정 가능성에 대해 “민사상 급발진이 인정된 사례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 건도 없다”며 “정상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도 서지 않았다는 것을 본인(운전자)이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A씨의 형량에 관련해서는  “유죄를 받으면 단순 교통사고 법정 최고형인 5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모든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너무 큰 사고라 무죄는 쉽지 않다”고 했다.

교통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68세 남성 A씨는 전날 오후 9시 26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제네시스 차량을 운전하던 중 차량 두 대를 차례로 추돌한 뒤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잇달아 들이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고로 시청 직원과 시중은행 직원, 병원 직원 등 보행자 9명이 숨졌고 4명은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해당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할 예정이다. 또 사건관계인과 목격자 진술,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토대로 사고 당시 상황과 가해 차량의 동선을 재구성하고 있다.

글=권세진 월간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