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헌 제25조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대표는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조항에 예외조항(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때는 당무위원회 의결로 시한을 달리할 수 있다)을 추가해 개정했다. 이 개정안은 최고위원회의-당무위원회에서 의결을 마쳤고 17일 중앙위원회 의결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를 연임하면서 차기 대선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 대표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의 뜻을 밝힐 전망이다. 기존 당헌대로라면 이 대표가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할 경우 2026년 3월에는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러나 당헌이 개정되면서 이 대표가 이번에 대표 연임을 한다면 2026년 6월 지방선거 전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고, 대선 7개월 전(2026년 8월)까지 당대표직을 유지한 채 대선 레이스에 임할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이재명 사당’을 넘어 ‘이재명 맞춤당’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기존 당헌의 당권-대권 분리 조항은 여야를 막론하고 특정인의 당내 장악을 방지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정치권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대선에 도전할 사람이 당 대표를 맡게 되면 후보 경선 과정이나 공천, 인사 등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유력 주자를 중심으로 한 당내 ‘줄서기’와 계파갈등의 가능성도 커진다.

정치권에서는 과거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시대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정치권에서 당권과 대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2000년대 이후 여야 모두 당헌에 당권과 대권 분리 관련 조항을 포함시켜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 국민의힘은 2005년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시절인 2005년 ‘차기 대통령 출마자는 대선 1년6개월 전까지 모든 주요 당직(상임고문 제외)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을 당헌으로 확정했다.  민주당은 2010년 전당대회에서 ‘1년 전 사퇴’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의 이번 당헌 개정은 비명계는 물론 친명계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상태다. 민주당은 2010년 이후 해당 당헌의 조항을 바꾼 적이 없지만 이번에는 ‘이재명 대표를 위해’ 당헌을 바꿨다. 위인설관(爲人設官:특정인을 위해 필요없는 벼슬자리를 만듦)에서 한 발 더 나아간 위인설법(爲人設法: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듦)이다.  

이 와중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헌 개정안이 이 대표를 위한 것도 아닌데 이 대표가 당헌 개정안에 반대해 설득에 시간이 걸렸다"며 "이 대표가 너무 착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22대 총선에서 친명은 공천을 받고 비명은 낙천하는 '친명횡재, 비명횡사' 논란에 시달렸다. 아첨꾼이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비판이 당원들 사이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