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대한민국구국혼선양회가 창립했다. 대한민국 안보 최일선에서 산화한 ‘블랙요원’들의 넋을 기리는 모임이다.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 석희태 경기대 명예교수, 신언 전 파키스탄 대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장석광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정규필 호림안보협의회장이 이사를 맡았다.

김주성‧석희태‧신언 공동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열린 창립식에서 “전쟁과 기아, 공산세력의 도전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면서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권에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애국애족 열사의 피땀과 아낌없이 던진 목숨 덕분”이라고 했다.

이들은 또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을 끝까지 기억해야 하지만, 숨은 애국‧순국열사들을 기리는 노력과 성의는 미미한 게 현실”이라면서 “이에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 비밀리에 투입됐던 첩보작전, 비밀공작, 특수정보작전 등에서 희생된 숨은 영웅들의 한 맺힌 영혼을 위로하고자 순수 민간차원의 구국혼선양회를 발족한다”고 했다.

윤재희 예비역 육군 대령이 사회를 맡은 창립식은 개회선언, 국민의례, 내빈소개, 개회사, 헌시봉정, 추진경과 보고, 구국혼선언문 낭독, 추모사, 추념사, 역사사, 축원사, 헌화, 진혼곡 제창, 대한민국 구국혼 선배에 대한 경례, 폐회선언 순으로 진행했다.

이건개 전 국회의원, 장종한 양지회장, 오현득 북파공작팀장연합회장, 최운도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장, 이재훈 국민생활안보협회 사무총장, 정성홍 5.18 민간진상조사위원장, 류재복 남북이산가족협회장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후원사로는 국가정보연구회, (사)호림안보협의회, 최덕근영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사)국민생활안보협회, 북파공작팀장연합회, 월드시니어유니온, (사)남북이산가족협회, 협찬사로는 (주)제이케이포렌식인텔리전스, (주)데이20, 리박스쿨TV가 참여했다.

아래는 창립 선언문 전문.

<대한민국구국혼선양회 창립 선언문>

76년 전 이 땅에 현대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이 건국을 선포하였습니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아 역사이래로 있어 본 적이 없는,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국가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선열이 피와 목숨을 바쳐, 이 대한민국을 만들어 냈습니다. 전쟁과 기아와 공산세력의 도전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세계 10대강국의 반열에 올라간 기적을 일구어낸 나라로서, 전 세계인들의 부러움이 되고 있는 경지에 올라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권에 들어설 수 있게 된 것은 수많은 애국애족 열사의 피땀과 아낌없이 던진 목숨 덕분이었습니다. 이분들의 목숨 값으로 인하여 지금의 대한민국은 지구인들이 동경하는 경제 강국·문화강국으로 올라섰으며, 또다시 주변 열강이 탐내어 집어삼키려고 각축을 벌이는 보이지 않는 전쟁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단군 할아버지가 개천을 한 이래로 수많은 외침이 있었으나, 안으로 기틀이 튼튼하였을 때는 흔들림 없이 싸워 이겼지만, 내부가 튼튼하지 못하였을 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백성들의 피와 살이 온 산하를 뒤덮었습니다. 모두가 백성은 뒤로한 채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돈과 권력을 가진 위정자들의 탐욕과 무책임의 후과였던 것입니다.

나라가 가난해서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던 그 시절에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선진국으로 나아가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기억하고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 보훈과 국가통합을 실현하는 나라를 만들겠다. 이름도 남김없이 스러져갔던 영웅들을 우리 모두 끝까지 기억해야 할 것이다.”라고 하면서 보훈처를 국가보훈부로 승격시키고, 숨겨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숨은 애국·순국열사들을 찾아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그 노력과 성의가 너무나도 미미할 뿐입니다.

이에 우리는 국가가 하려고 애쓰지 않았거나, 하려고 했지만 하지 못했던, 앞으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민간의 힘으로라도 합심하여, 국가가 움직일 수 있도록 선두에 나서서 이 일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이 일은 바로 국가가 발굴하지 못하였거나 외면하고 무시해 왔던 숨은 구국영령들을 찾아내어 그 숭고한 구국정신을 이어받고, 구국혼을 추앙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함으로써 대대손손 호국의 발판을 다지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 우리는 국가의 안보와 평화를 위해서 성도 이름도 없이 비밀리에 투입되었던 첩보작전, 비밀공작, 특수정보작전 등에서 희생되었던 숨겨지고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한맺힌 영혼을 위로하고자 순수 민간차원의 구국혼선양회를 발족하고자 합니다.

대전 국립현충원 소방관묘역을 어느 초등학생이 지나가다 소리쳤습니다.

“아빠! 우리나라 119소방관은 대단한 모양이야. 어떻게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서 불 끄다 돌아가셨네.”

해외에서 공작활동을 하다가 북한 공작원에 의해 피살된 ‘고 최덕근 영사’는 죽어서도 국정원 엘리트요원이 되지 못하고 소방관이 되어서 타국의 불이나 꺼주고 있습니다. 최영사님 이름 석자는 비록 소방관이 되어서라도 남아있으나, 나머지 이름 없는 별들은 정말로 성도 이름도 업적도 없이 전등 불빛도 켜지지 않는 감실(龕室)에 방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이제야 호림안보협의회라는 이름으로 겨우 알려지고 있는 북파공작부대의 원조인 HID 호림특수부대 원혼들과 대북 특수임무수행을 위해 소속·군번·계급도 없이 선봉장 역할을 한 공작팀장 전사들은 감춰진 신분이 장교였다는 이유로, 오히려 오랜 세월 국가의 방관과 무시라는 차가운 대우를 받아오고 있습니다.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많은 국가에서는 정보전쟁의 와중에 희생된 이름 없는 영웅들이 명예를 지키며 국민의 마음속에 자리 잡도록 다양한 노력을 경주합니다.

미국이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힘과 이유 중 하나는 ‘라이언 일병구하기’와 ‘미군유해발굴’등과 같이 전쟁영웅은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믿음을 온 국민이 갖고 있기에 죽어서도 미국혼이 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것, 그 점에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면에 있어서 아직까지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으니 외면하고, 살아서 돌아온 자는 기록이 없다고 제외하고 무시하며, 비밀이나 국익이라는 미명(美名)하에 감추고 덮어버리는 것’그것이 지금까지 대한민국이란 국가가 유지해 온 자세는 아니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에 이러한 현실을 통감한 소수의 시민이 의기투합하여 2021년부터 우선은 최덕근 영사만이라도 기리는 추모제를 지내기 시작하였고, 또다시 많은 유지인이 합심하여,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정보․첩보 관련 직무수행 중에 순국 또는 부상 당하셨거나 순국의 위기에서도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영웅들의 구국혼과 구국정신을 기리고 널리 선양하며 그 가족들의 명예를 드높이는 활동을 통하여 온 국민의 애국정신과 감사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대한민국구국혼선양회를 창립하게 된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 선양회는 국가안보를 위한 정보전쟁에서 희생한 이름 없는 영웅들이 국가와 국민에 의해 오래 기억되고 관심과 애정을 받을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이와 같은 우리들의 노력은 보훈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의지를 뒷받침하는 민간차원의 강력한 자극제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대한민국구국혼선양회의 활동에 온 국민의 깊은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단기 4357년 6월 1일(2024년 6월 1일)

대한민국구국혼선양회 창립참여자 일동